허회경

by XINDIE posted May 2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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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VOL 112
아티스트 허회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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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회 경

 

'내 마음이 마음처럼 안 되는 것만큼 이상한 일이 어딨을까요?'

싱어송라이터 허회경이 지난 4월에 낸 싱글 '이상해'의 라이너 노트에는 이렇게 딱 한 줄이 쓰여 있다. 허회경답다.

그의 음악을 얼핏 듣고 보면 어려운 건 없다. 낱말도, 선율도, 힘을 뺀 목소리까지도. 그런데 듣다 보면 멍해진다.

그러다 어둠 속 벽을 더듬어 빛을 찾듯 방금 지나온 낱말을, 멜로디를 다시 짚어보게 된다. 순한 말로 어려운 이야기를 하는 것, 편안한 목소리로 삶을 뜨끔하게 만드는 노래는 그렇게 쉽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삶과 사랑에 대해 질문하고 청자와 스스로를 위무하며 가끔은 끝내 모르겠다거나 이상하다고 말하는 싱어송라이터.

 

허회경을 소속사 '문화인'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무척이나 소탈하게 노래 이야기, 사는 이야기를 풀어냈다.

'가시 같은 말을 내뱉고'('그렇게 살아가는 것')의 안개처럼 꿈꾸는 목소리, '보란 듯이 널 떠나가는 것들은 참 많아'('이상해')의 사뿐한 리듬감으로.

 

- 임희윤 음악평론가

 

 

 

어떻게 가수가 되셨어요?

 

허회경 : 중3 때까지는 클래식 피아노를 쳤어요. 고1 때 우 연찮게 실용음악 학원에 갔다 대중음악 작곡을 접하고 노래 만드는 재미에 빠졌죠. 왈츠, 펑크, 발라드…. 닥치는 대로 써봤어요. 작곡 전공으로 대학에 들어간 뒤에는 그냥 제가 만든 노래를 제가 부르고 싶다는 생각에 자연스레 싱어송라이터의 길로 온 것 같네요. 데뷔, 이런 건 생각도 없이 살다가 어느 날 그냥 침대에 누워 ‘나도 사운드클 라우드에 뭐 올려볼까?’ 하고 툭 올렸는데 어떤 웹드라마에서 그 곡을 쓰고 싶다고 연락이 왔어요. 교수님께 자문을 구하니 ‘저작권 등록을 해야 하고 그러려면 앨범을 내는 게 좋다’고 해주셔서 여기까지 왔네요.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장르는 허회경’ ‘허회경표 음악’이 완성된 건 언제쯤일까요.

 

허회경 : 대학 들어갔을 무렵부터였을 거예요. 왜냐하면 보컬 전공도 아닌 제가 직접 불러야 하니까 (가창) 난이도를 낮췄거든요. 만약 다른 보컬이 부른다고 하면 R&B풍으로 기교도 넣고 애드리브도 넣기도 하는데 막상 제가 부른다고 생각했을 때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말하듯이 부르는 스타일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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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회경의 가사는 마치 잠언집이나 아포리즘 같아요. 삶에 대한 의문이나 깨달음 같은 것들, 자문자답이나 선문답 같은 것들이 이어지거든요. 디테일보다는, 크고 관념적인 이야기가 많아요. 24시간 고민만 하며 사는 사람 같달까?

 

허회경 : 인생에 대한 얘기를 쓸 때 가장 쾌감이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평소에 고민이 많은 편은 전혀 아니거든요. 가벼운 생각, 즐거운 이야기를 좋아해요. 제가 그렇게 감성적인 사람은 아니에요. 오늘 날씨가 이러니 기분이 어떻고, 이렇게 하루하루 섬세하게 살지는 않아요. 이상해요. 근데 곡을 쓸 때만 되면 그런 주제가 나와요. 아마도 마음속 깊숙한 곳에 계속 있나 봐요. 물론 철학 서적 같은 것도 가끔 보지만 진짜 맛보기로 ‘찍먹’으로 쉽게 되어 있는 것들만 보죠.

 

 

 

요즘 최애 음악은 뭔가요. 음악 말고 좋아하는 것들도 궁금해요.

 

허회경 : 얼마 전 콜드플레이 공연에 갔다 온 뒤로는 ‘복습’ 으로 많이 듣고 있고요. 페이 웹스터라는 아티스트를 원래도 좋아했는데 요즘 또 많이 들었어요. 그리고 롤러코스터의 ‘습관’! 이 곡이 왜 이렇게 좋은지 모르겠어요. 진짜 계속 계속 듣게 됐어요. 롤러코스터의 다른 노래들도요. 음악 말고는 영화, 책. 지금까지 본 영화들을 다 적어놓을 정도로, 데이터 수집을 한다는 느낌으로 영화를 봐요. 감성적인 영화도 보지만 피가 낭자하다거나 징그럽고 잔인한 영화도 좋아해요. 반전이 있는 영화, 전쟁 영화도요. 요즘 본 것 중엔 ‘헤이트풀8’, ‘녹터널 애니멀스’,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마스터’가 좋았어요. 최근 읽고 좋았던 책은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제가 사랑에 대한 고민이 많아서 제목만 보고 뭔가 기술을 직관적으로 바로바로 알려줄 것 같아 집어 들었는데 그런 책은 아니더라고요.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책이었어요. 액티비티도 좋아해요. 클라이밍에도 도전하고 겨울엔 꼭 스키를 타러 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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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회경의 음악을 듣다가 발견한 특징 중 하나는 후렴구 들어 갈 때 ‘우~’ ‘아~’ ‘아아아’가 많다는 거예요. 이거, 왜 그런 거예요?

 

허회경 : 아, 맞아요! 약간 가사 붙이기에 애매한 멜로디에…. 사실 ‘우’나 ‘아’가 별 말 없이도 사람의 마음을 울리기에 좋은 포인트가 있어요. 예를 들어 ‘순진한 마음’이란 곡에 나오는 ‘오~ 순진한…’ 하는 부분을 저는 되게 좋아하거든요. 가사가 붙으면 이상한데 ‘오~’만으로 가사를 잘 표현하는 것 같아요. ‘사랑이라 부른 건’이란 곡에서도 ‘사랑이라 불렀던 게 맞던가’ 다음에 나오는 ‘아아~’ 하는 선율이 가사 없이 곡의 분위기를 잘 표현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가사 먼저 쓰지는 않아요. 가사, 코드, 멜로디를 한 번에 쓰는 걸 좋아하죠. 그래서 입에 착착 달라붙는 걸 좋아해요. 그런 이유도 있을 것 같네요.

 

 

 

아티스트 허회경이 지금 가지고 있는 것 중에 노력해서 얻은 건 무엇이고 타고난 것은 무엇인가요.

 

허회경 : 노력한 건 곡을 쓰는 것요. 정말 엄청나게 노력했어요. 사실은 아직도 곡을 쓴다는 게 너무너무 힘들고 그 과정 자체는 정말 싫어요. 쓰는 과정은 너무 힘들지만 결과물이 나왔을 때 쾌감은 무엇과도 비교가 안 돼요. 그래서 싫어도, 힘들어도 엄청나게 노력하고 도전하게 되는 것 같아요. 타고난 건 목소리? 듣는 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목소리. 거기에 대해선 정말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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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어렵게 쓴 곡은 뭐예요?

 

허회경 : ‘그렇게 살아가는 것’. 쓰면서 몇 날 며칠을 힘들어했죠. 세상이 끝난 것 같이요. 길을 걸어가면서도 너무 우울하고 작업실 가는 길이 지옥 같을 정도였어요. 그런데 1절이 딱 나오고 요가 갈 시간이 됐거든요. 원래는 요가 시간이 힘들었는데 이거 빨리 끝내고 다시 작업실에 가서 곡을 완성시켜야겠다는 생각에 기쁨이 샘솟는 거예요. (내가 쓴 거지만) 다시 얼른 듣고 싶다는 생각…. 완성 하고 나서도 혼자서 3개월 정도는 계속 그 노래만 들은 것 같아요. 자면서 듣고, 버스에서 듣고, 샤워하면서 듣고. 고통도 컸지만 쾌감이 더 컸던 대표적인 곡이에요. 그런 순간들이 있어요. 끙끙 앓다가 두세 시간 만에 쭈르륵 퍼즐이 맞춰지듯 터지는 순간. 시간이 엄청 빨리 가고 뇌가 핑핑 도는 것 같은 순간. 그런 순간 중 하나예요.

 

 

 

아티스트로서 계획, 목표, 꿈이 있다면?

허회경 :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마음에 쏙 드는 앨범을 내는 것. 곡 쓰는 걸 힘들어하는 편이다 보니, 지치지 않고 계속 쓰고 싶다는 것. 그리고 나중에 언젠가는 싱어송라이터 말고 그냥 이름 없는 작곡가로, 예명으로 지금껏 해왔던 스타일과 반대되는 장르의 곡들에 도전해 보는 것.

 

 

 

 

 

 

인터뷰 | 임희윤 (음악평론가)      사진 | 문화인 제공

디자인 | 김예지        기획 | GROI / 구자영

에디터 | 이서인 이동석             발행 | 킨디라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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