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안녕하세요, 보리 님! 킨디매거진 구독자 분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보리 : 안녕하세요, 지난 6월 5일에 첫 정규 앨범을 발매하게 된 싱어송라이터 보리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 기뻐요!
먼저, 첫 정규앨범 [어린 날의 숲]의 발매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번 앨범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지 소개해 주세요.
보리 : 앨범 [어린 날의 숲]은 잊힌 줄 알았던 과거의 기억과 감정을 따라 걸으며 현재의 나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보리'라는 이름으로 살아오며 느껴온 다양한 감정들을 가장 철없고 솔직한 방식으로 꺼내보았어요. 어디서도 꺼낸 적 없는 오래 묵혀둔 마음이에요.
정규앨범에는 총 10개의 트랙이 수록되어 있는데요, 곡 하나하나 따뜻한 위로와 진심이 느껴집니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메아리'를 타이틀곡으로 선정하신 이유가 궁금해요.
보리 : '메아리'는 10곡 중 작사, 작곡에 가장 많은 시간이 걸린 곡이에요. 다른 곡들은 비교적 메시지가 또렷한 상태에서 출발했는데, 이 곡은 굉장히 막연했거든요. 마치 허허벌판에서 우물을 파듯,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더듬으며 찾아갔어요.
8번 곡 '어린 날의 기억'은 어린 시절을 정면으로 마주한 전환점인데, 그 감정만 나열하고 끝내고 싶진 않았어요. 제가 여전히 그곳에 머물러 있는 게 아니니까요. 그래서 그다음 곡을 타이틀로 삼고 싶었어요. "그럼에도 희망을 좇아갔다"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고, 지나온 모든 길에 그런 울림이 있었다고 느껴졌어요.
그리고 이 곡은 처음부터 권나무 님을 염두에 두고 썼습니다. 나무 님이라면 이 희망을 더 또렷하게 전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가장 막연하게 시작했던 곡이 이렇게 선명하게 완성돼서, 정말 뿌듯하고 신기해요.
이번 앨범은 동료 뮤지션들과 협업을 통해 모든 과정을 직접 만들어 가려고 하셨다고 들었어요. 앨범을 작업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감사했던 분들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보리 : 조금 더 자유로운 환경에서 악기 레코딩을 하고 싶어서, 강원도 동해시에 사는 가장 친한 기타리스트 차평은 씨의 개인 작업실로 친구들과 함께 녹음을 받으러 갔어요. 1박 2일 안에 밴드셋 곡들의 모든 녹음을 마쳐야 했기 때문에, 친구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해줬습니다.
녹음은 오후에 시작해 새벽 4시에 끝났는데, 마음이 풀리면서 다 함께 밤바다로 드라이브를 나갔고, 바닷가 앞 편의점에서 반쯤 정신 놓은 채 컵라면과 바나나 우유를 먹고 숙소에 돌아와 그대로 기절했던 기억이 나네요.ㅋㅋ 사실 자신의 공간을 남에게 내어주는 건 쉬운 일이 아닌데, 정규 앨범 녹음이라면 더더욱 부담이 클 수 있잖아요. 그럼에도 차평은 씨는 언제나 진심으로 환대해 주고, 좋은 에너지를 아낌없이 나눠줘요. 그러면서도 사운드는 절대로 대충 넘기지 않고, 아주 예민하게 세세한 부분까지 꼼꼼히 체크해 줍니다. 제가 늘 신세를 지고 있는, 정말 귀하고 소중한 사람이에요.
6번 곡 '친구야'를 함께 작업한 황희승 군은 현재 일본에 거주 중이라 직접 만나지도 못했고, 연락도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마치 계속 곁에서 함께하는 것처럼 마음이 잘 맞아서, 오히려 10곡 중에서 가장 수월하게 작업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희승이의 음악과 목소리를 오래전부터 좋아해 왔는데, 이번에 이렇게 함께 좋은 곡을 만들 수 있어서 정말 고맙게 생각해요.
그리고 타이틀곡 '메아리'의 피처링으로 함께해 주신 권나무 님께도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작업 전까지는 한 명의 팬일 뿐이었던 제가 전한 곡을 귀 기울여 들어주시고, 너무도 흔쾌히 참여해 주셨어요. 과정 내내 세심하게 신경 써주셨고, 후배를 아끼는 따뜻한 마음이 깊이 느껴졌습니다.
이 외에도 감사드리고 싶은 분들이 정말 많아요. 아무래도 이 앨범은 지나온 시간을 전부 헤집는 작업이었기에 더 그런 것 같아요. 저와 잠깐이라도 스쳐간 모든 인연을 떠올리며, 종종 행복을 바라곤 합니다.
이번 앨범은 텀블벅 후원 프로젝트를 통해 실물 앨범과 CD 아트북, MD 세트로 제작이 되고 있어요. 일반적인 발매 형태와는 다르게 이 구성들에 담고자 하셨던 메시지가 궁금합니다.
보리 : [어린 날의 숲]은 처음부터 동화책처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던 앨범이에요. 음악에 담지 못한 세계관을 그림으로 풀어내고 싶었어요. 제 음악은 색연필이나 수채화처럼,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도구로 그려낸 그림에 가깝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도 그런 그림을 좋아하고요.
그림책에 대해 아주 살짝 스포하자면, 주인공이 숲속에서 거대한 찻잔을 발견하고, 그 안에 비친 어린 시절의 얼굴을 마주하게 돼요. 그 차를 통해 과거로 돌아가는, 나름의 판타지 동화입니다.ㅎㅎ 찻잔에 담긴 향기를 통해 잊고 있던 기억이 불쑥 떠오르는 건,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에서 모티브를 얻기도 했습니다.
또, 어린 시절의 기억은 조각조각 파편처럼 남아있잖아요. 그래서 MD는 유리 소재로 제작하고 싶다는 생각도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이 모든 구성은 음악과 함께 동시에 만들어졌습니다.
오는 7월 5일에는 망원 벨로주에서 <어린 날의 숲> 쇼케이스가 열릴 예정이에요. 공연장을 찾아주실 관객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보리 : 우선, 텀블벅을 통해 큰 관심을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공연장을 채울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는데, 덕분에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준비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이번 쇼케이스는 단순히 음악을 나열하는 자리가 아니라, 함께 숲을 거니는 시간처럼 느껴지길 바라며 정성껏 준비 중입니다. 관객분들께 아쉬움 없는 순간을 드릴 수 있도록 여러 가지로 고민하고 있어요. 꼬옥 10분 만이라도 일찍 와서 여유롭게 즐겨주세요!
앞으로 '보리'라는 아티스트로서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나가고 싶으신가요? 구독자 분들께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인사도 함께 말씀해 주세요.
보리 : 지금까지는 끝없는 불확신과 싸우느라 많이 더디고 힘들었지만, 이제는 조금씩 제 자신을 믿고 음악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는 더 재미있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 형태로 전해드리고 싶고, 무엇보다 오래오래 음악 하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또한, 다음에는 더 많은 여성 창작자분들과도 함께하고 싶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 | 이서인
발행 | 킨디라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