킨디플리 KINDIEPLI
킨디매거진이 선정한 인디음악계 종사자 및 셀럽들이 직접 추천해 주는 음악 플레이리스트입니다.
by. 김서연(SBS 라디오 PD)
강아솔「Dear」
시간 앞에서 인간은 무력하다. 이대로 세상이 멈췄으면 좋겠는 때에도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간다. 원치 않아도 내일로 떠밀려 갈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은 지금을 붙들어 매기 위해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닐까? 영원을 믿을 방법은 그뿐이다. 그래서 어떤 예술 작품들은 꼭 종교 같다. 신을 찾듯 영원과 사랑을 기도하기 때문이다. 강아솔의 Dear가 딱 그렇다.
김수영「Whisper」
아끼는 것이 생긴다는 건 조금 불안해진다는 말이기도 하다. 아끼다 보니 금이 갈까 봐, 깨어질까 봐, 영영 잃어버릴까 봐 불안할 수 밖에. 김수영의 Whisper를 들을 때면, 작고 연약하던 강아지와 고양이의 숨소리, 그리고 아기 같은 얼굴을 하고 새근새근 잠자던 연인의 호흡을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던 옷자락이 떠오른다. 잠든 모습을 오래 바라본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말이었구나 하고 새삼 깨닫는다.
김오키「안녕 (feat.이하이)」
나는 사랑을 하다 헤어지면, 좋든 실든 상대방이 영영 내 어딘가에 묻어나게 된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연인 덕분에 걱정 대신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고 웃어버릴 수 있게 된 사람은, 이별 뒤에도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고 웃어버릴 수 있게 된다. 음악의 길이가 요즘 트렌드에 비해 현저히 긴데, 가만 듣고 있다 보면 이렇게 길게 만들 수밖에 없었겠다고 납득이 된다.
김목인「그게 다 외로워서래」
마지막은 분위기를 바꿔서 김목인의 그게 다 외로워서래다. 아무리 들여다봐도 누군갈 이해하지 못하겠을 때에 도움이 되는 곡이다. 그래서 발매 이후 10년이 넘도록 반복적으로 찾게 되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