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은

by XINDIE posted Jul 2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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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VOL 115
아티스트 변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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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은

 

2018년 맥거핀의 앨범 'MUFFY'와 타이틀곡 'BUCKET LIST'를 듣자마자 특별함을 느꼈다.

당시 나는 네이버 온스테이지 기획 위원으로 있었는데 바로 다음 달 회의에 이들을 추천했고 맥거핀의 온스테이지 영상은 그렇게 촬영됐다. 당시 맥거핀은 촉망받는 밴드였다. 인디스땅스, KT&G 상상마당 밴드 디스커버리, 펜타 슈퍼루키를 포함한 많은 밴드 경연 대회에서 잇따라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 후로 맥거핀이 수면에 올라온 것은 2020년 한 휴대전화 광고에 'BUCKET LIST'가 실리면서. 반가운 마음이었지만 이후 소식이 뜸했다.

 

막연히, 맥거핀은 사라졌을 거라 생각했다. 아니, 실은 생각도 못 하고 있었다.

상승 곡선이 끝나면 자연스레 해체하거나 지지부진해지는 것이 대한민국 인디 밴드의 생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맥거핀은, 변하은은 꾸준히 음악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건강한 음악을. 7월 17일 새로운 솔로 앨범 '소곡집'을 낸 변하은을 만났다.

 

- 임희윤 음악평론가

 

 

 

시간을 돌려보죠. '내가 음악을 해야겠다!' 이렇게 만든 계기나 음악이 있다면요?

 

하은 : 제가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는 피아노를 치시면서 노래하시는 모습, 아버지는 통기타 치는 모습을 많이 봤어요. 집에 낡은 기타 한 대가 있었죠. 고교에 올라가서 진로를 고민하다 실용음악 학원에 다니게 됐는데요. 그때까지만 해도 주로 가요만 듣던 제게 학원 선생님이 추천해 주신 게 '그래미 노미니즈' 앨범이었어요. 매년 그래미 어워즈 주요 후보곡들을 모은 컴필레이션이죠.거기서 많이 배웠어요. 

 

주로 2005년부터 2011년 사이의 노미니즈 앨범은 다 챙겨 들었거든요. 콜드플레이, 투 도어 시네마 클럽, 악틱 몽키즈 등을 듣고 따라 불러 보면서 세상엔 정말 다양한 음악이 있다는 걸 깨닫고 저의 세계도 넓어졌죠.

 

 

 

이번에 낸 솔로 앨범 제목이 '소곡집'이에요. '피아노 소곡집'도 생각나고 뭔가 소박한 느낌이 들어요.

 

하은 : 맞아요. 어린 시절 피아노 앞에 놓여있던 '피아노 소곡집'에서 착안했어요. 공연이나 특별한 순간에 있었던 음악 말고, 제 일상의 음악을 담아내고 싶었어요. 멜로디도 간단해서 처음 듣는 분들도 동요처럼 따라 부를 수 있게 만들어봤죠.

 

어떤 날에 누굴 기다리면서 잠시 바라본 풍경, 일하다 쉴 때 잠시 소파에 누워 낮잠을 청할 때 느낀 창으로 들어온 햇볕.... 그런 소소한 순간에 든 상념들 같은 것을 노래로 만들었어요. 제가 2년 전에 결혼을 했는데 그 과도기에 느꼈던 가족에 대한 생각을 '다녀오겠습니다'란 곡에 넣기도 했고요.

 

 

 

그림 같은 앨범 표지도 해맑아요.

 

하은 : 옛날 그 피아노 소곡집에 보면 외국의 이름 모를 공원 풍경 같은 게 나왔던 생각이 났거든요. 클래식의 직접적 영향도 조금은 있었어요. 최근 클래식 공연을 볼 기회가 많았어요. 클래식 연주자들이 외부 장치의 도움 없이 악기와 자신만으로 감동을 주는 연주를 하는 걸 보면서 많이 배웠어요.

 

이번 앨범에 저도 처음으로 현악 연주자를 기용하고 스스로도 피아노 연주를 좀 해봤거든요. 다양한 시도가 들어갔지만 힘을 빼고 자연스러운, 그런 앨범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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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멤버로서의 변하은,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변하은. 어떻게 다른가요.

 

하은 : 맥거핀에서의 저는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어요. 조용하고 나른한 것 같다가도 고집 세고 남의 말 잘 안 듣고.... 그런 성향을 거친 기타 사운드와 비트, 그리고 가사에 얹어서 표현해 록을 만들죠.

 

솔로 변하은은 그냥 솔직한 저예요. 가사나 이야기의 형태에서 다른 사람의 영향이 들어간다기보다는 제가 좋아하는 주제들을 자유롭게 써내죠. 가족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늘 일상을 기록하는 걸 즐기는 저의 단편들을 모아 내요. 정직하게 계속 (삶을) 잘 기록하고 싶다는 마음이 제 개인 음악 활동의 철학이죠.

 

 

  

밴드 맥거핀은 초기에 큰 조명을 받았어요. 거물급 신인이란 느낌이 있었죠. 하지만 잠재력, 실력에 비해서 솔직히 덜 잘 된 밴드라고 생각해요. 한국 인디 신에서 밴드는 오래 가기 힘든데, 맥거핀은 정점을 너무 빨리 찍었고 눈에 보이는 성취가 이후에는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꾸준히 활동하는 게 되레 대단히 인상적이거든요.

 

하은 : 상업적 성공과 실패는 어느 정도 운에 달린 부분도 있다고 생각해요. 지치지 않으려면 우리가 하는 음악 안에서 순수한 행복을 찾아야 계속할 수 있다고 봐요. 그런 느낌으로 계속하고 있어요. 멤버들과 함께 음악을 계속 만들어간다는 것, 그 자체가 즐거움이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꾸준히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서요. 그런 응원은 살면서 다른 데서는 느껴보기 힘든 거거든요. 늘 많이 배우고 지금도 되게 행복하게 음악을 하고 있어요. 저희의 목표가 오직 높이 올라가는 것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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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적으로, 또는 커리어적으로 롤 모델로 삼는 음악가가 있을까요?

 

하은 : 지금 딱 생각나는 팀을 꼽자면 레드 핫 칠리 페퍼스요. 음악 스타일도 그렇고 오랫동안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죠. 'Californication' 앨범을 특히 좋아하는데요. 유행을 따르지 않고 사운드를 확장한 시도부터 담백한 형태로 스토리텔링을 받쳐주는 형태도 너무 훌륭해요. 솔로 아티스트 가운데는 에드 시런요. 1집부터 정규 앨범을 쭉 내 나가면서 자신의 성장, 사랑, 결혼 등 삶의 여정에 따른 관점들을 여러 장의 음반에 나눠서 펼쳐 보이는 점이 대단해요.

 

한국에서는 강승원 선생님을 닮고 싶어요. 음악감독 일을 하시면서도 꾸준히 싱어송라이터로서도 생활 속에서 음악을 가져가시는 모습도 그렇고요. 들으면 노스탤지어가 살아나는 음성 자체도 그래요. 그분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왠지 어릴 적 봤던 제 어머니의 피아노 치는 뒷모습 같은 게 떠올라요. 저도 오래오래 노래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죠. 작곡가로서는 알런 멩컨(Alan Menken)요. 디즈니 음악을 많이 만들었는데, 울려야 할 땐 확실히 울리고 웃겨야 할 땐 확실히 웃기는 그분 특유의 능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이번 앨범 수록곡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세요.

 

하은 : 타이틀곡이 '길'과 '다녀오겠습니다'죠. '길'은 저희 집에서 버스 정류장까지 가는 길에 대한 노래예요. 많은 세월 동안 같은 길을 왔다 갔다 했어요. 밴드 경연을 하려고 긴장 속에 갔던 길, 떨어져서 돌아오며 비를 맞으며 돌아온 길, 연인과 걷던 길.... 같은 길에 묻은, 같은 길이 목격한 저의 삶의 궤적에 대한 이야기예요.

 

'다녀오겠습니다'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죠. 학교 다닐 때는 부모님께 '좀 늦어요. 다녀오겠습니다!' 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하던 인사였는데, 세월이 지나 보니 오랫동안 함께 했지만 때로 부재를 느낄 수도 있는 가족의 존재에 대한 은유가 될 수도 있겠더라고요. 제가 어디에 있든 늘 가족에 대한 마음은 변함없다는 생각을 정리해 담은 곡이에요.

 

'숲이 되어'는 친한 친구가 써준 곡인데요. '오늘이 아니더라도 괜찮아'라는 친구의 가사를 접하고 이유 모를 눈물이 났어요. 가사를 어떻게 썼냐고 물어보니 친구가 '하은이를 보면 숲을 보는 것 같아'라고 해줬어요. 저에겐 과분한 말인데 진짜 숲과 같은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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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와 내년에 계획하고 있는 것, 그리고 음악가로서, 인간으로서 장기적인 목표와 꿈이 궁금합니다. 

 

하은 : 최근 국립극장 '여우락 페스티벌'의 폐막 공연에 참여했어요. 황해도 민요 '몽금포 타령'을 재해석했는데 어렵지만 너무 재밌고 보람 있었습니다. 국악이든, 클래식이든, 또 다른 어떤 음악이든 경험하고 제 음악에 적용시키면서 오래오래 즐겁게 해나가고 싶어요.

 

 

 

 

 

 

인터뷰 | 임희윤 (음악평론가)           

사진 | 민희수 (2Fyou)

기획 | GROI / 구자영                   

디자인 | 김예지                               

에디터 | 이서인 이동석                    

발행 | 킨디라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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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yheyring 2025.07.29 15:05
    최근 접하게 된 밴드 맥거핀 그리고 아티스트 변하은님을 통해 건조하고 밋밋했던 일상들이 다채로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오늘이 아니더라도 괜찮아"라는 가사를 듣고 저 또한 이유모를 눈물을 흘렸습니다. 다양한 시도와 음악으로 위로와 즐거움을 한꺼번에 선사해주셔서 감사하다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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