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큰 발렌타인

by XINDIE posted Aug 1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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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VOL 116
아티스트 브로큰 발렌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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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큰 발렌타인

 

20년. 그러니까 2005년~2025년. 록 밴드 브로큰 발렌타인이 달려온 시간이다.

당장 1, 2년 앞도 내다보기 힘든 격동의 세계에서 20년의 무게는 몇 g? 몇 kg? 몇 t 쯤일까? 감히 세월의 무게를 가늠할 수 없어 그들의 최근 곡 'Body and Soul'(6월 23일 발매)을 재생한 뒤 스피커를 저울 위에 올려본다.

 

드럼 비트는 철컹철컹 다가오고, 잔뜩 달아오른 철강재의 마찰처럼 기타의 핀치 하모닉스(pinch harmonics)가 불꽃을 튀긴다. 이내 시작되는 묵직한 리프(riff). 마치 1t짜리 해머로 고막이 기분 좋게 가격 당한다고 느끼는 순간, 감성과 파워를 겸비한 포컬 멜로디가 기분 좋게 악곡 위로 올라탄다.

 

헤비한 사운드, 인상적 선율, 치밀한 연주의 합. 브로큰 발렌타인은 달콤한 '발렌타인'과 파괴적 '브로큰'을 합친 그룹명처럼 이율배반적 매력으로 한국 음악계에 당당히 존재했고 존재한다. AI와 숏폼의 시대에, 이 아열대성 여름에도 여전히 록의 미학적 '용접 작업'에 구슬땀을 흘리는 브로큰 발렌타인 멤버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임희윤 음악평론가

 

 

 

(결성은 2002년이고) 2005년 8월 17일 데뷔하신 게 맞나요? 그렇다면 이제 정확히 데뷔 20주년이 되는데, 20년간 이어오는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들, 그리고 20주년 소감이 궁금합니다. 

 

성환 : 말씀하신 내용을 듣고 찾아보니 말씀 주신 대로 2002년도에 결성해서 지금과는 달랐던 예전 밴드명으로 2005년에 첫 번째 EP 앨범을 발표한 게 맞더라고요. 사실 개인적으로는 결성 몇 주년, 데뷔 몇 주년, 이렇게 지난 시간에 의미를 부여해서 기념하는 게 성격상 잘 맞지도 않고 기억도 잘 못하긴 합니다. 어찌 됐건 오랜 기간 활동할 수 있었다는 건 정말 기쁘고 행복한 일이고 그건 그 시간 동안 저희를 계속 응원해 주신 분들과 지금 함께 하고 있는 멤버들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과거보다는 현재와 미래를 보면서 달려오다 보니. 지난 시간에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게 되는 것 같아요. 대부분의 밴드가 마찬가지인 것처럼요. 지금 저에게 가장 의미 있고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자면, 늘 항상 오늘이 최선이고 최고의 모습이었던 저희 브로큰 발렌타인이 현재 가장 들려드릴 수 있는 멋진 곡과 보여드릴 수 있는 멋진 모습으로 발표한 ‘Please Don't Fall’ 과 ‘Body and Soul’의 앨범과 뮤직 비디오 발표 순간입니다.

 

준호 : 기간과 상관없이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태희 : 기억해 주시고 사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경준 : 저도 20주년 넘도록 형님들 잘 부탁드립니다!

 

지환 : 지나고 보니 언제 시간이 이렇게 됐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밴드를 시작하던 20살 땐 막연하게 20년 동안 밴드를 하면 뭔가 더 굉장한 무언가가 되어있을 줄 알았던 거 같아요. 물론 그동안 정말 상상만 하던 것들을 감사하게도 많이 접하게 됐지만 저 스스로는 생각보다 많이 바뀐 건 없는 거 같습니다. 적어도 무대에 오르기 전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긴장되고 설렌다는 점은 굉장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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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낸 싱글 'Please Don't Fall'과 'Body and Soul'은 파트 하나씩을 뺀 '(-less Ver.)'의 트랙들을 함께 공개한 것이 매우 특이합니다. 국내외에서 유례를 못 본 것 같은데요. 이렇게 구성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런 버전들을 듣는 분들이 제대로 즐기실 수 있는 팁도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경준 : 각 악기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수록 보컬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경준 less가 그런 역할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성환 : 정말 감사하게도 저희 브로큰 발렌타인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 중에 음악을 직접 하고 계신 분들이 정말 많은 것 같습니다. 그동안에 저희가 발표했던 곡들을 커버해 주시는 분들도 정말 많으시고요. 요즘 AI 툴의 발달로, AI를 통해서 특정 파트를 제거하고 해당 음원의 본인들의 커버 연주나 노래를 얹어서 올려주시는 분들이 많은 것도 알고 있습니다. 저의 음악을 사랑해 주시고 직접 연주해 주시고 직접 불러주시려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또한 음악을 직접 하시는 분들이 아니시더라도 저희 브로큰 발렌타인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은 각 멤버들의 노래 연주에 모두 관심을 가져주시고 각 멤버들에게도 고른 관심을 주고 계십니다. 이러한 부분은 밴드 뮤지션 입장에서 정말 엄청난 응원과 힘이 됩니다. 이렇게 저희에게 깊은 관심을 갖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각 파트에 연주나 보컬이 없는 버전을 들려드린다면 다른 파트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그 해당 파트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좀 더 직접적으로 들어보실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less 버전으로 명명한 것은 지환이의 아이디어였는데요 제가 너무 좋아하기도 하고 워낙 유명한 밴드 라르크 앙 시엘이 꽤 전부터 이와 같은 방식의 less 버전들을 수록했었습니다. 여기서 모티브를 얻어. 저희도 그렇게 명명하게 되었습니다. 뮤지션이 특히 밴드 아티스트가 어떠한 파트를 제거한 버전을 공개하는 것이 사실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고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이긴 합니다만, 뭔가 이번에는 이렇게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많은 분들께서 의미 있게 생각해 주시고 좋아해 주셔서 정말 기쁩니다.

 

태희 : 취미로 악기 배우시는 분들이 따라 해주시면 너무 재밌을 것 같아요.

 

지환 : 물론 모든 악기들의 연주가 합쳐진 것이 완성형의 음악이지만, 한 파트씩 비우는 것이 각 악기들에 대한 다른 방식의 포커싱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스스로도 -less 버전들을 들으면서 느끼는 재미를 많은 분들에게도 공유해 드리고 싶었어요.

 

 

  

포스트 그런지, 얼터너티브 메탈 등 다양한 장르명으로 수식되는데요. 브로큰 발렌타인 본인들이 만약 '우리는 이런 장르다!'라고 정의 내리신다면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장르명을 지금 만들어주셔도 좋습니다. 그렇게 이름 붙이신 이유도 궁금하고요. 

 

성환 : 얼터너티브나 포스트 그런지 계열의 음악을 좋아하고 영향을 많이 받은 건 사실입니다. 저희 밴드를 소개할 때 해당 단어들을 주로 사용하는 것도 사실이고요. 하지만 이제는 저희도 그리고 음악씬도 특정한 장르의 이름을 명령 지어서 구분하는 시기는 좀 지난 것 같습니다. 굳이 명명 지어서 음악을 소개하지 않아도 음악을 쉽게  찾아서 듣고 들리는 대로 느끼고 생각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브로큰 발렌타인의 음악은 그냥 있는 그대로 듣고 그대로 받아들여 주시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의 음악도 꾸준히 늘 보다. 폭넓은 음악을 시도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그런 가운데도 저희만이 표현해 낼 수 있는 저희의 정체성을 담아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각기 다른 스타일에서도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정체성이 바로 저희 브로큰 발렌타인 음악에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지환 : 어떠한 장르라고 이름 붙이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 같아요. 그리고 저 스스로도 저희 음악이 포스트 그런지다, 얼터너티브 메탈이라고 말하기엔 고개가 갸웃해지는 곡들도 많구요 ᄒᄒ 전에 저희 베이스 성환이, '브로큰 발렌타인의 음악은 세단으로 오프로드를 달리는 음악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꽤 재밌는 표현이라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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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여러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은데, 그래도 20년 이상 하나의 밴드를 이어온 비결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성환 : 어려움이 없진 않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또한 모든 뮤지션들이 그리고 모든 밴드들이 각자들만의 어려움과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가운데 지금까지 꾸준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저희를 항상 응원해 주시고 좋아해 주시는 분들과, 함께 멋진 음악을 만들며 멋진 무대를 만들고 있는 멤버들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이런 분들과 이런 멤버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 정말 행운이고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환 : 려움들을 마주할 때 제일 무서운 건 길을 잃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도 그런 시기가 있었고요. 곡을 만들고 무대에서 라이브를 한다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가치는 온갖 어려움들이 달려와도 변하진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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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력 있는 기타 리프와 중독성 있는 멜로디의 조합이 브로큰 발렌타인 음악의 큰 매력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음악을 만들 때 리프와 보컬 멜로디 가운데 주로 어떤 것을 먼저 구상하시는지요. 헤비한 리프에 얹는 보컬 라인은 다른 장르에서와는 다르게 접근해야 할 것 같은데, 노하우가 있다면 살짝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준호 : 리프, 보컬 멜로디, 리듬 혹은 코드 진행 등, 곡마다 먼저 구상하는 부분은 매번 다릅니다.

 

지환 : 막상 어떤 것을 먼저 구상한다고 정해놓으면 곡을 만들기가 더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ᄒᄒ 멜로디, 리프, 리듬, 가사, 사운드 등등 어느 것이라도 모티브나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야 더 곡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헤비한 리프에서의 멜로디라기보다는 보컬의 음색을 많이 반영하려 하는 편입니다. 보컬의 목소리는 굉장히 중요한 악기니까 그걸 잘 활용하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둡니다. 그 멜로디를 살리면서 낼 수 있는 헤비한 기타 사운드는 기타리스트들이 고민할 몫이 되는 거구요 ᄒᄒ

 

 

 

헤비함과 감성, 두 가지를 겸비한 음악에 걸맞은 가사와 메시지를 구상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은데요. 주로 어떤 것에서 작사의 영감을 얻으시는지요. 최근 곡들을 중심으로 주제와 작사에 관해 예를 들어 설명해 주셔도 좋겠습니다.

 

지환 : 제가 쓰는 가사들의 대부분은 제가 느끼는 '감정'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감정을 느끼는 '상황'이나 '대상'에 지나치게 집중하지 않으려고 해요. 상황과 대상을 가사에 넣어버리면 오히려 공감해 주실 수 있는 분들의 영역이 좁아진다고 생각해요. 제가 겪은 좌절과 들으시는 분들이 겪으신 좌절의 상황이 같지 않다고 해도 위로해 드릴 수 있는 것과 같은 가사를 쓰려 노력하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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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우리 음악계에서 밴드 음악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늘고 있습니다. 한편으론 AI 밴드가 화제이기도 한데요. 브로큰 발렌타인이 보는 밴드 음악의 미래는 어떤가요? 밴드들은 어떻게 미래에 대비해야 할까요? 브로큰 발렌타인은 어떻게 대비하고 계신가요? 

 

성환 : 사실 이러한 질문은 밴드 뮤지션이라면 늘 항상 받아오는 질문인 것 같습니다. 누군가 들은 밴드가 죽었다고 얘기하고 락은 끝났다고 얘기를 했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도 정말 훌륭하고 멋진 밴드들과 멋진 음악들은 계속 만들어지고 생겨나고

울려 퍼지고 있었습니다. 시대가 바뀌고 방법이 바뀌고 흐름이 바뀌어도 본질적인 부분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밴드 음악은. 음악이 여러 형태로 변하더라고 하더라도, 음악의형태와 기반의 중심에 있는 음악입니다.

 

그리고 밴드 음악 만이 전달할 수 있는 고유의 감동과 감성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어떠한 트렌드와 변화와 새로운 것들을 개발에 애써 귀를 닫거나 도태될 필요도 없지만 지나치게 쫓아가거나 그것만이 전부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좋아하는 거 하는 거 그리고 제일 잘할 수 있는 거 하는 거 그게 제일 중요한 거 아닐까요?

 

경준 : 기능적인 영역과 감성적인 영역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AI에 뒤쳐지지 않는 기술적 향상도 멈추지 않아야겠지만, 공감과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음악적 표현법을 깊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준호 : AI와 상관없이 자신만의 음악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태희 : AI와 사람이 주는 감동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지환 : AI라고 하는 거대한 파도 역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러운 도구의 하나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의 발전처럼 인간도 발전하니까요. 이 AI라고 하는 도구를 필요한 만큼 사용하면서도 훌륭한 창작을 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러워질 시기가 올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나인인치네일스의 트렌트 레즈너와 같은 인물들이 앞으로도 등장할 것이라고 믿고 있어요 ᄒ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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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와 내년에 계획하고 있는 것, 그리고 음악가로서, 인간으로서 장기적인 목표와 꿈이 궁금합니다. 

 

경준 : 응원해 주시는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보여드릴 수 있는 건 더욱 많은 활동들을 보여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욱 음악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에게 만들어주기 위해 조금 더 부지런하게 지내보려고 합니다.

 

성환 : 항상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질문에 대답하자면, 더 좋은 공연 더 좋은 곡 그리고 더 많은 활동이라고 말씀드리게 되는 거 같아요. 그런데 사실 정말 늘 그렇거든요.

 

더 좋은 곡을 담은 앨범과, 더 좋은 공연들로 저희 음악과 무대를 사랑해 주시는 분들과 더 많이 행복해지고, 더 오래 행복한 것이 앞으로의 목표입니다. 멋진 것들 많이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준호 : 좋은 결과물을 보여드리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습니다.

 

태희 : 더 좋은 무대, 팬들과 함께하는 무대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지환 : 저와 브로큰 발렌타인을 대표하는 곡을 만들어 내는 것, 전성기라 불릴 수 있는 라이브를 보여드리는 것. 그리고 이 모든 걸 오래오래 계속 도전하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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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임희윤 (음악평론가)           

사진 | 비브이 엔터테인먼트 제공

기획 | GROI / 구자영                   

디자인 | 김예지                               

에디터 | 이서인 이동석                    

발행 | 킨디라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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