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파인드 화이트

by XINDIE posted Aug 2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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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117
아티스트 컨파인드 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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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파인드 화이트

 

6월 28일 오후, 인천글로벌캠퍼스 대강당. 2025 펜타 슈퍼루키 파이널 경연이 펼쳐졌다.

필자는 MC를 맡아 경연에 참가한 10개 팀을 차례로 소개하고 간단한 무대 위 인터뷰를 했으며 마지막에 모든 참가자가 무대에 올라온 가운데 최종 수상자를 차례차례 호명했다. 동상! 은상! 금상!…

 

그리고 마지막 대상. '참가번호 9번, 컨파인드 화이트!' 얼떨결에 호명된 네 명의 젊은이는 말 그대로 눈물을 펑펑 쏟았고 서로 부둥켜안은 채 오랫동안 음악영화 속 한 장면 같은 청춘의 클라이맥스를 만들어 냈다. 기쁨에 울먹이는 수상자를 여러 경연에서 안 봤던 건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오열하며 멤버들이 서로를 놓지 못하는 경우는 처음 봤다.

 

이날 컨파인드 화이트의 경연곡은 '불씨'였다. '잊혀진 다음에 나올/뒤집힌 마음의 말/소용없으니/내가 더 나아질게/더 늦기 전에'를 외치면서 절정을 향해가는 악곡은 2019년 결성돼 팬데믹, 군 입대, 제법 긴 지하의 나날을 보낸 이 밴드의 특별한 사연을 담고 있다. 몽환적이고 섬세하면서도 결국 치열하게 타오르는 연주와 보컬은 이 밴드의 앞날에 왜 서광이 비치는지를 설명하기에 충분하다. 

 

어느 한가로운 여름날의 토요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동네 카페에서 네 사람과 마주 앉았다. 눈물과 웃음에 대해 이야기하며 석양을 바라보았다. 

 

- 임희윤 음악평론가

 

 

 

6월 28일 오후의 장면이 제게도 마치 영화처럼 선합니다. 펜타 슈퍼루키 대상 발표가 나고 멤버들 다 같이 부둥켜안고 울었잖아요. 왜 그렇게 펑펑 우신 거예요?

 

성혁 : 많은 순간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서요. 함께 맨땅에 헤딩하던 여러 순간들요. 더욱이 경연 곡 ‘불씨’가 제가 멤버들한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곡이었기 때문에, 그 곡으로 우승을 하게 됐기 때문에 더 북받쳐 올랐던 것 같아요. ‘불씨’는 멤버들에게 묵은 감정을 담아 쓴 곡이었거든요. 실은 나 자신한테 실망감이 컸던 건데 그걸 풀 대상을 편한 존재인 멤버들로 잡았던 거죠. 어리석게도.

 

재민 : 처음 혁이가 이 가사를 썼을 때는 ‘너희들한테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라고만 했어요. 끝까지 공개를 안 하더라고요.

 

성혁 : 합주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멤버들에게 ‘근데 이 곡이 어떤 곡이냐’는 질문을 받았고 아마 단톡방에 제가 설명을 공유하면서 멤버들은 가사 너머의 의미를 처음 알게 됐을 거예요.

 

재민 : 사실 혁이가 늘 정말 고생을 많이 하거든요. 팀 내에서 가장 많은 노력을 하는 친구이고 제일 열정적으로, 진심으로 음악을 만드는 친구죠. 혁이의 고백을 듣고 오히려 ‘우리가 더 열심히 해야겠구나! 뭉쳐서, 하나가 돼서 음악을 만들어야겠구나’ 하는 생각만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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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멤버들 내부의 오해와 갈등에 대한 내밀한 이야기인데, 경연곡으로 이 ‘불씨’를 해야겠다고 정한 이유가 있다면요? 대상 수상자로 호명될 때의 기분과 소감도 궁금해요.

 

태범누구보다 저희다운 음악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멤버 모두가 만장일치로 사랑하는 곡이고요. 연주하는 곡에 진심이 담겨야 심사위원에게, 관중에게 전달이 잘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선택에 망설임은 없었어요..

 

대명 : 수상자 발표를 할 때 손발이 떨리고 식은땀이 날 정도로 떨리고 긴장이 됐어요. 마지막 두 팀이 남았을 때는 눈앞이 안 보일 지경이었어요. 매일매일 상상하던 바로 그런 상황이 현실로 닥치니까 정말 기뻤고 눈물이 그냥 알아서 나오더라고요. 그 마음을 간직하고 펜타포트 공연도 씩씩하게 잘하고 왔습니다.

 

 

  

밴드 이름이 조금 어려워요. 어떻게 해서 짓게 된 건지 궁금합니다. 

 

성혁 : 밴드라면 확실한 이미지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색감에 처음 착안하게 됐어요. 흰색…. 호불호를 잘 안 타는 색깔이면서 모던한 느낌을 주잖아요. 또, 청춘들이 느끼는 결핍에 대해서 대변해 주는 색일 수도 있다고도 생각했어요. 컨파인드 화이트를 직역하면 ‘갇힌 흰색’ 정도가 되겠죠. 내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한, 남들에게 쉽게 터놓을 수 없는 그런 뜻하지 않은 새하얀 색의 이야기를 음악에는 여실히 담아 내보자는 의미를 지녔습니다.

 

 

 

멤버들이 모두 1999년생 동갑내기죠? 또래 친구들이라서 편한 점이 많겠어요.

 

태범 : 너무 편해서 가끔은 서로 서운해하기도 하는데, 저희에겐 ‘진실의 방’이 있어요. 혁이랑 재민이랑 살고 있는 방이 있는데, 뭔가 문제가 생기겠다 싶으면 거기에 네 명이 들어가서 문을 닫고 끝까지 이야기하면서 다 털어버리고 나오죠. 저희는 가족 같아서 공연 끝나고 뒤풀이도 안 해요.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알아서, ‘어차피 내일 또 보는데 같이 밥 먹으면 되지’ 하면서요.(웃음)

 

 

 

멤버들이 고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냈다고 들었어요.

 

성혁정확히는 저와 김태범 군이 고교 동창이고요. 저는 사실 중학교 때까지 스키 선수를 하다가 고교에 진학하면서 평생 하던 운동을 관두게 됐어요. 고등학교에서 진도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아 고교 1학년 때 자퇴를 했죠. 일찌감치 검정고시를 치르고 대학에 진학했어요. 전기공학과로요. 그런데 캠퍼스 라이프가 제겐 안 맞았어요. 자연스럽게 고교 시절 함께 밴드를 했던 태범이가 떠올랐죠. ‘우리 나중에 성인되면 제대로 된 밴드 하나 만들어서 해보자고 했던, 그 말 혹시 지금도 유효하냐?’ 하고 물어봤죠. 태범이가 ‘나 인천에서 새로 만난 친구들이랑 음악 만들고 있으니까 넘어올래?’ 하고 답하더라고요. 그래서또 학교를(이번엔 대학을) 때려치웠습니다. 살면서 저는 자퇴를 두 번이나 경험해 봤어요.(웃음) 한 번 딱 꽂히면 무조건 해야 되는 성격이라서요, 제가.

 

태범 : 저랑 같은 음악 학원에서 앙상블 수업을 들으면서 재미나게 지지고 볶던 재민이, 대명이까지 불러서 (인천) 부평, (경기) 부천을 기점으로 합주하고 음악 만들면서 컨파인드 화이트가 태어나게 됐습니다. 저희는 바로 활동을 시작하기보다는 자취집에 모여 2박 3일 토론하는 식으로 초기에 계획을 위해서 많은 시간과 노력을 썼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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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 록 밴드를 표방하고 때로 팝적인 선율을 내세우기도 하지만, 지난 6월에 낸 싱글 ‘Won’t you?’를 들어보면 슈게이즈나 드림 팝의 내성적인 성향이 강하더라고요. 보컬은 의도적으로 믹스의 뒤쪽으로 빼기도 하고요. 장르나 지향하는 분위기가 있다면요?

 

성혁 : 장르적으로는 무언가를 지향하지 않고 있어요.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맞춰서 때로는 리드미컬하면서도 가사는 상반되게 슬픈 쪽으로 가기도 하고요. 그래도 대중적인 부분에 신경을 쓰다 보니 굳이 물어보시면 ‘팝 록’이라고 얘기를 하긴 하고 있어요.

 

재민 : 그때그때 저희가 좋아하는 순간들을 담아내고 있어요.

 

태범 : 어떤 장르를 하는 팀으로 기억되기보다는 이야기하고 싶은 게 많은 팀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대명곡의 분위기에 잘 맞는 예쁜 톤을 만드는 연구에 늘 공을 들이고 있어요. 저는 프랙털(Fractal)이라는 멀티 이펙터를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컨파인드 화이트의 곡들을 듣다 보면, 가상악기를 포함해 다양한 악기의 층과 결을 촘촘히 섬세하게 쌓는다는 느낌을 받아요. 멤버들의 음악적 관심사가 다양할 것 같아요.

 

성혁 : 섬세한 아티스트들을 좋아해요. 오케스트라 사운드에도 관심이 많고 섬세하고 조용한 음악을 좋아하죠. 현악기, 관악기를 포함해 작은 요소들을 조금씩 조금씩 결합해서 조화롭게 큰 사운드를 만드는 것을 좋아해요. 요즘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더 1975(The 1975)’ ‘저패니스 하우스(The Japanese House)’ ‘렉스 오렌지 카운티(Rex Orange County)’예요. 세 팀 모두 오케스트라적인 요소를 잘 쓰고 믹싱적으로도 완성도 있어요.

 

재민 : 저는 비틀스를 좋아합니다. 사랑합니다.

 

대명 : 원래는 스티비 레이 본(Stevie Ray Vaughan),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를 좋아했고, 밴드를 시작하면서부터는 쏜애플, 혁오의 음악을 많이 들었어요.

 

태범베이시스트로는 제임스 제이머슨(James Jamerson), 피노 팰러디노(Pino Palladino)에게서 영감을 많이 받았고요. 요즘은 히사이시 조, 류이치 사카모토를 즐겨 들어요. 슈게이즈 쪽을 하는 위습(Wisp)과 소프트컬트(Softcult)도 요새 많이 들어요.

 

 

  

음악 말고 멤버들 각자가 진짜 좋아하는 게 있다면요?

 

태범애니메이션. 일본 애니 가운데 요즘은 ‘사이버펑크’를 사모하고 있습니다.

 

대명복싱을 정말 좋아합니다. 대회도 몇 번 나갔고요. 저의 전적은 4전 4승(2TKO)입니다. 금메달이랑 트로피도 있고요. ‘선수부로 들어와라’ ‘월급 받고 운동하면서 시합 나가자’ 하는 제안도 꽤 받아봤습니다. 이렇게 답했죠. ‘관장님, 저 복싱도 정말 좋지만 지금 밴드가 좋아서 솔직히 밴드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요즘은 자동차에 푹 빠져서 올드 카, 튜닝 카 구경하는 것도 좋아해요.

 

재민 : 축구입니다. 저는 지인들과 즐겁게 차는 정도로 만족하고 있어요.

 

성혁어려서 선수 생활도 했던 만큼 시즌마다 스키 타는 걸 즐기고요. 패션과 미식에도 관심이 많아요. 미식 공간을 함께 찾아다니는 모임도 나가곤 했답니다.

 

 

 

올해와 내년에 계획하고 있는 것, 그리고 음악가로서, 인간으로서 장기적인 목표와 꿈이 궁금합니다. 

 

성혁 : 일단 아리랑TV의 ‘I’m Live’ 촬영이 있고요. 합동공연 프로젝트 ‘먼데이 프로젝트’에도 나갑니다. 8월 30일에는 스포티파이와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가 함께 만드는 큐레이티드 공연 ‘미팅 룸 003 : 컨파인드 화이트, 미 앤드 마이 샌드캐슬’에 참여합니다. 파이를 키우는 해가 됐으면 해요. EP도 10월 중으로 발매할 계획이고요. ‘컨파인드 화이트? 뭔가 처음 듣는 애들인데 요즘 많이 보이네’ 하는 느낌을 드리고 싶습니다.

 

태범건강하게, 겸손하게, 행복하게, 즐겁게, 지치지 않고 오래오래 함께 음악 해나가고 싶습니다. 꼭 이것만큼은 매년 잘 지키면서 나아가는 팀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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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임희윤 (음악평론가)           

사진 | 민희수 (2Fyou)

기획 | GROI / 구자영                   

디자인 | 김예지                               

에디터 | 이서인 이동석                    

발행 | 킨디라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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