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y1996 [입추 (Part of the end)]

by XINDIE posted Aug 2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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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저무는 계절의 문턱에서

hey1996 [입추 (Part of the end)]

 

“끝은 한순간 오지 않고, 서서히 계절을 갈아입는다.”

 

hey1996은 유행의 파도를 타기보다, 파도가 가라앉은 뒤 남는 고요를 들려주는 밴드다. 

 

이번 앨범 입추 (Part of the end)는 제목부터 이미 계절의 경계에 발을 디딘 듯하다. 여름의 열기는 완전히 사그라지지 않았지만, 하늘 위에는 가을의 기척이 번져 있다. 햇살은 한층 부드러워지고, 바람은 방향을 바꾸기 시작한다. 이 앨범은 바로 그 찰나, 계절이 숨을 고르는 시점에서 출발한다.

 

이 앨범은 애써 담담함을 유지한 채 꾹꾹 눌러 담은 감정을 꺼내놓는 것. 떠나가는 발걸음을 쫓아가진 못하지만, 그 온기를 최대한 오래 품으려는 마음을 대변하며, 잡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마지막 한 번은 손을 뻗게 만드는, 그 부질없는 움직임의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특히 두번째 트랙인 '김녕(해무)’은 보컬이 없는 대신, 악기들이 모든 이야기를 풀어낸다. 해무가 깔린 바다처럼 시야는 흐릿하지만 그 속에서도 파도는 쉬지 않고 호흡하고 있다. 말이 없기에 오히려 더 많은 장면이 떠오르고, 각자의 기억이 그 빈 공간을 채우게 된다.

 

hey1996의 입추 (Part of the end)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끝’을 이야기하는 것만 같다. 하나는 말을 붙잡아 남기려 하고, 다른 하나는 침묵 속에 모든 것을 묻어둔다. 

그러나 둘 다 ‘입추’라는 계절 속에서 만나, 이별을 단순한 상실이 아닌 흐름의 일부로 만든다. 계절이 바뀌듯 사랑도 변하고, 그 변화는 차갑지만, 그 속엔 따뜻함이 함께 남는다.

 

즉 단순하고 뻔한 이별 앨범이 아니라, 사랑과 계절의 전환이 같은 호흡으로 맞물리는 순간을 기록한 일기이며, 여름과 가을 사이, 바람이 바뀌는 그 짧은 순간을 붙잡아 두고 싶은 이들에게 이 앨범은 하나의 조용한 피난처가 될 것이다.

 

 

 

by. JMG(더블엑스엔터테인먼트), '유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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