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랭클리
R&B 팝 스타일의 말쑥한 보컬, 거기에 별일 아니란 듯이 턱 걸치는 퍼즈(fuzz) 톤의 록 기타 사운드. 또는 시티팝풍의 해사한 리드미컬 사운드. 지금이 아무리 장르보다 바이브의 시대라고 해도 곡마다 천변만화하는 밴드 프랭클리(FRankly)의 음악 세계는 종잡을 수 없다. 게다가 종종 밝고 긍정적인 리듬과 선율에 얹히는 뜻밖에 냉소적인 가사까지.... 여기까지 오면 밴드명의 '솔직히(frankly)'마저 곧이곧대로 해석해도 좋을지 아리송하다.
때론 햇살 노란 양지의 청춘처럼, 때론 외딴섬의 축축한 그늘처럼 온도와 습도를 제멋대로 오갈 줄 아는 밴드, 프랭클리를 비 오는 오후 서울시 영등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겉멋을 뽐내기보다 진짜로 솔직 담백한 그룹으로 오래오래 음악하고 싶다는 이들의 말을 믿어도 좋을까. 일단은 믿기로 한다. 프랭클리니까. 음악에서 '프랭클리'가 들려오니까.
- 임희윤 음악평론가
프랭클리라는 밴드 이름, 어떻게 짓게 됐나요?
승환 : 'frankly'는 '솔직하게'가 맞지만 주로 부정적인 상황에서 쓰는 단어예요. '솔직히 말하면, 그거 좀 별로야' 같은 식으로요. '우리는 우리가 솔직히 싫은 건 하지 말고 솔직히 좋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그런 음악을 하자!' 그러니까 이런 의미가 담겨 있는 거죠.
동욱 : 앞에 두 글자(FR)가 대문자인데 그건 프랭클리로부터(from frankly)에 'fr'이 두 번 겹치는 데 착안한 거예요. 우리로부터 나온 우리 이야기를 솔직하게 들려주자는 다짐인 셈이죠.
음악색이 실로 다채로워요. 결성 초기에 그래도 '우리, 이런 음악 해보자!'하고 함께 얘기한 청사진 같은 게 있을까요.
승환 : 어떤 장르를 딱 정한 건 정말 없어요. 한 곡, 또 한 곡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이거 정말 좋다' 하면 장르에 국한하지 않고 거의 다 만들어온 것 같아요. 장르 말고 키워드 같은 건 분명한 게 하나 있었는데 그건 '청춘'이었죠.
아토 : 결성 초기에 많이 이야기한 건 영화 '싱스트리트'예요. 그 영화 속에 나오는 청춘 밴드처럼 재밌게 해보자고 했죠.
형철 : 저도 재밌게 본 명화였죠. 그래서 초기에 어떤 곡들은 음악의 느낌도 영화 속 밴드를 약간 따라간 부분도 없지 않았어요.
동욱 : 저희 모두 학창 시절에 공통적으로 좋아했던 건 영국 록 밴드였어요.
아토 : 특히 오아시스, 블러, 라디오헤드.

지난 4월에 낸 싱글 'Morning'은 묘한 곡이었어요. 특히 가사가요. 사실 미스터리 하기로는 2월에 낸 'Duck Season'이 더했죠. 밝은 분위기인데 '밖을 봐/친구들의 비명이 한가득'으로 시작하는 기괴한 가사 말이에요.
동욱 : 'Morning'부터 말씀드리자면, 어떻게 보면 밤형 인간의 아침 노래예요. 너희들이 맞이하는 아침도 물론 좋은데, 난 그럼 아침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고 나 역시 내 하루를 잘 살아가고 있다는 이야기죠. 약간의 반전이니까, 음악적으로도 '서프라이즈!' 하듯 중간에 터지는 그런 느낌을 줬고요.
승환 : 'Duck Season'은 실제로 있는 공포 게임 이름이에요. 어린아이가 정말 갖고 싶었던 마침내 손에 넣어 하다가 게임 속 귀신들이 나타나서 집기를 망가뜨리는, 그 역경을 벗어나야 하는 게임이죠. 그 게임 주인공 아이의 심정을 담아내고 싶어서 만든 곡이에요.
게임 이야기를 하셨는데, '요즘 나 여기에 진심이다' 하는 멤버들의 취미나 특기가 있을까요?
승환 : 올해 초부터 야구에 빠졌어요. 언젠가부터 오후 6시 반만 되면 TV를 틀어 야구 경기를 지켜보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삼성이 지면 하루 종일 풀이 죽고 이기면 괜히 기분이 굉장히 좋아요. 내가 야구 팬이 다 됐구나, 이러고 있죠.
동욱 : 저는 한 3년 전부터 러닝을 했어요. 간편하게 할 수 있고, 뛰다 보면 아무 생각도 안 들어서요.
아토 : 저는 딱히 취미가 별로 없어서, 유튜브요. 궁궐이랑 대하드라마를 좋아하는데 요즘은 (MBC 드라마) 허준을 정주행하고 있습니다.
요즘 멤버들이 꽂혀 있는 음악은요?
형철 : 저는 한번 꽂히면 그것만 주야장천 그것만 듣는 스타일이라서요. 거의 매일 영화 '아비정전' 수록곡 플레이리스트만 들었습니다. 겨울에는 엔니오모리코네 영화 OST 모음만 듣고 다니고요.
승환 : 제게 야구 말고 또 다른 취미가 생겼는데 그게 뮤지컬 관람입니다. 그래서 뮤지컬 노래를 많이 듣습니다. 뮤지컬이란 장르가 감정을 많이 드러내는 편이잖아요. '이런 노래에서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를 많이 배우면서 들어요. 특히 '지킬 앤 하이드'와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좋아하는데요. 서로 상반된 분위기죠. '지킬 앤 하이드'는 감정이 폭발하는 넘버들이 많아서 빌드업해가는 과정에 집중해서 듣고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가사와 노래의 감정선에 집중해 듣습니다.
동욱 : 저는 코르티스라는 아이돌에 꽂혔습니다. 또, 맥기(Mk.gee)와 디존(Dijon)과 티조 터치다운(Teezo Touchdown)도 좋아해요. 아, 코르티스 노래 중엔 'GO!'를 좋아합니다.
프랭클리의 노래 중에 'FRANKLY'라는 노래가 있더군요. 그룹명과 같은 이름의 노래를 가진 그룹, 가끔 있는데 많지는 않아요. 이 노래엔 '내 옆에 친구들은 내 구원자야'란 가사도 있고요.
승환 : 결성 초기에 저는 겉멋 든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그런 거품을 제어해 주고, 우리끼리 이렇게 솔직하게 음악 하는 게 더 멋있는 거라는 걸 알려준 게 멤버들이에요. 그게 너무 고마워서 이 곡이 나왔어요. 이젠 팬분들께도 많은 힘을 받는데, 그래서 가끔 라이브 할 때는 '내 옆에 친구들은 내 구원자야'를 '내 앞에 친구들은 내 구원자야'로 바꿔 부르기도 한답니다. 변함없어요. 멤버들과 작업하거나 라이브를 할 때 여전히 힘을 받고 있습니다.

올해와 내년에 계획하고 있는 게 있다면요.
동욱 : 싱글을 냈으니 EP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5곡 정도를 목표로 준비를 하고 있거든요.
장기적인 목표도 궁금합니다.
동욱 : 지금까지 이어온 꾸준한 성장세를 계속 이어가자. 조금이라도 우상향이 되는 밴드가 되자.
형철 : (영국) 글랜스턴베리 페스티벌 무대에 한 번이라도 서보자.
아토 : 겉멋 없는 밴드가 되자. 그런 팀이 멋있으니까.
인터뷰 | 임희윤 (음악평론가)
사진 | 민희수 (2Fyou)
기획 | GROI / 구자영
디자인 | 김예지
에디터 | 이서인 이동석
발행 | 킨디라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