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공정
안녕하세요, 밴드 비공정 여러분! 킨디매거진 구독자 분들께 먼저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킨디매거진 구독자 여러분. 밴드 비공정입니다.
저희는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바탕으로 록 기반의 음악을 하고 있는데요, 최근 첫 번째 정규앨범 [Hellvetica]를 발매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번 정규 1집 [Hellvetica]는 ‘초연결의 시대’ 속 인간성과 기술의 간극을 거대한 세계관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이 앨범을 처음 구상하게 된 출발점, 그리고 비공정이 바라본 핵심 테마는 무엇인가요?
출발점은 혁명으로 시작했던 것 같아요. 기술이 모든 것을 연결해 주는 시대인데도, 그 안에서 인간이 더 분리되고 계층이 더 뚜렷해지는 미래를 떠올렸죠. 초기에는 비슷한 장르의 작품인 매드맥스나 파이어펀치 등의 작품들이 주는 거친 에너지에도 많은 영향을 받은 거 같아요.
수록될 곡을 마저 쓰고 이야기에 살을 붙이는 작업을 거쳐가면서는 단순히 계층 간의 갈등이나 권선징악 정도로 마무리 짓고 싶진 않아졌어요.
앨범의 볼륨이 커지는 만큼 이야기와 앨범을 감상하신 분들이 더 생각에 잠겼으면 좋겠는 마음이었고, 그리고 그중에는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의 모습과 다르지 않구나 가 떠올랐으면 했어요.
예를 들자면 ‘초연결의 시대가 인간을 더 자유롭게 하는가?’, ‘기술은 우리 삶을 확장시키는가?’, ‘선과 악의 기준이 존재하는가, 절대적일 수 있는가?’ 과 같은 회의감과 불신 등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 앨범 곳곳에 배어있어요. 가상의 미래도시와 왜인지 겹쳐 보이는 창문 밖 세상을 들여다보는 것이 이 앨범의 테마이지 않을까 싶어요.
앨범 속 세계관에는 디스토피아적 시공간과 존재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요. 이러한 캐릭터와 서사를 구성할 때 멤버 각자가 어떤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확장해 갔는지 궁금합니다.
우선은 큰 줄거리를 먼저 떠올렸어요. 앞서 말했던 혁명이 주축이었고 그 앞뒤로 무슨 일이 있었고 왜 그랬던 건지에 대한 고민을 같이 나눴습니다. 각자 떠올린 장면이나 설정을 공유하면, 다른 멤버가 그 틈을 메우거나 반대로 완전히 뒤집는 아이디어를 얹어요. 편곡 작업을 하거나 가사를 쓸 때 아예 갈아 엎기도 했었고요. 그렇게 나은 방향으로 서로의 상상 위에 또 다른 상상이 쌓이면서 확장되었습니다.
특히 이번 작업에서는 류연웅 작가님의 아이디어가 큰 도움이 되기도 했는데요, 곧 작가님과 작업한 소설 ‘Hellvetica’ 도 공개될 예정이니 많이 기대해주셔도 좋습니다.

가사가 없는 마지막 트랙 ‘Void’처럼 언어 대신 사운드나 여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부분도 인상적입니다. 비공정이 생각하는 ‘말보다 사운드가 더 강하게 전달하는 감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언급해 주신 마지막 트랙 ‘Void’는 연주곡이에요. 도시가 폐허가 된 그 빈자리를 말로 설명하는 대신 그대로 남겨두고 싶어서 가사를 넣지 않았습니다. 일상 생활에서도 말이 없어지거나 또는 말이 필요 없을 때가 있을 텐데요, 음악에서도 그렇게 생각해요. 목소리와 가사로 표현하기 부족하다거나 필요가 없는 지점들이요. 거대한 배경을 표현해야 되는 장면일 수도 있고 엄청난 공포나 느껴보지 못한 환희의 순간이라든지, 허무와 공허 등 여러가지가 있겠죠. 그중 이번 ‘Void’는 모든 사건이 끝나고 이야기가 사라진 뒤에 남아있는 공기 같은 곡이에요. 그 여백을 각자 어떻게 느끼는지는 또 다를테고요.
이번 앨범 작업에서는 엔지니어 멤버가 함께하는 팀의 강점이 더욱 돋보입니다. 비공정만의 사운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엔지니어가 팀의 정식 멤버로 존재한다’는 점이 어떤 차별성을 만들어주었나요?
보통은 음악을 만들고 난 뒤에 엔지니어에게 넘겨서 사운드를 완성하지만, 저희는 곡의 기획 단계부터 엔지니어의 시선이 바로 반영돼요.
“이번 이야기에선 어떤 질감이 어울릴까?”, “이 곡에서는 어떤 소리가 들리면 좋을까?” 같은 이야기를 하면서 사운드 자체가 처음부터 콘셉트 안에서 설계됩니다.
녹음, 편곡, 사운드 디자인, 믹스까지 전 과정이 한 팀 안에서 이루어지다 보니 실험적인 아이디어도 바로 테스트할 수 있는데 그게 스튜디오에서의 이점입니다.
또 한 가지로는 라이브인데요, 스튜디오에서 만든 사운드를 무대 환경에서 그대로 재현하려면 기술적인 이해가 필수인데, 저희는 그걸 알고 있는 멤버가 팀 안에 있으니까 라이브 셋업이 훨씬 정교하고 빠르게 완성돼요. 무대 음향을 현장에서 바로 수정하거나, 공연장 특성에 맞게 톤을 조정하는 것도 능동적으로 가능해서 저희가 의도한 ‘비공정의 질감’을 거의 그대로 들려드릴 수 있죠.
2025년은 비공정에게 펜타포트 슈퍼루키 금상, 경기 인디스땅스 TOP 5 등 주요 성과가 이어진 의미 있는 해였는데요. 이러한 수상들이 어떤 의미로 남았는지, 그리고 이후 활동 방향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듣고 싶습니다.
펜타포트랑 인디스땅스는 정말 예상 못 했던 결과였어요. 이름이 불렸을 때 순간 멤버들 전부 얼었고 부끄럽지만 좀 울컥하기도 했습니다. 결성하고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이 한 번에 떠올랐고요. 그치만 상들이 저희의 방향을 바꾼 건 아니에요. 앞으로 뭘 새로 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지금 이 흐름을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이 더 컸어요. 저희가 믿고 해왔던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인한 느낌이라 그냥 더 집중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응원해주신 분들이 있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그 마음을 잊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Hellvetica’의 서사와 단독공연을 마주할 리스너와 관객들에게, 비공정이 지금의 ‘현실 세계’를 향해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지금 살고 있는 현실이 누군가에겐 ‘Hellvetica’일지로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의미보단 생존을 위한 삶, 우리의 오늘 하루를 지치게 한 많은 이유들.
‘Hellvetica’ 앨범 속 희망을 향해,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이들처럼
여러분의 오늘이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한 걸음이길,
무엇으로 정의 내릴 수 없는 각자의 삶의 모양이 결국에는 행복에 도착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인터뷰 | 이서인 사진 | 비공정 제공 발행 | 킨디라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