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칠댄스

by XINDIE posted Dec 0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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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VOL 120
아티스트 팔칠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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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칠댄스

 

팔칠댄스. 숫자와 영단어의 조합인데 사자성어처럼 구수하게 귀에 착 붙는다.

팀명부터 농담 같은 이 그룹은 재즈적 화성 속에 프렌치 시크를, 몽글몽글한 선율 속에 노르딕 멜랑콜리를 담고 소심하거나 대담한 댄스를 유발하는 펑크(funk)를 뜨거운 연주에 녹여낸다. 한두 가지 장르로 정의하기 힘들다. 그러나 펑키한 인디 팝부터 고전적인 록까지 어느 장르의 팬이든 몰입시킬 만한 집중력과 폭발력을 갖고 있다.

 

9월 새 EP 'i love your complex'는 팔칠댄스의 음악을 더욱 종잡을 수 없게 만든다. 이들의 음악적 세계관을 또 한 번 확장한 작품이다. 87년생은 아니지만 그보다 더 거슬러 올라가 복고적 서정을 길어올 준비가 돼 있고, 댄스 그룹은 아니지만 무대 위에서 댄스를 감행할 용기가 있는 그룹, 팔칠댄스의 멤버들과 소소한 정담을 나눠봤다.

 

- 임희윤 음악평론가

 

 

 

팔칠댄스라는 팀명, 데모 곡의 템포(87)와 무드(댄스)를 결합한 이름이 굳어진 거라고 들었어요. 만약 2025년 지금 팔칠댄스가 주력하는 바이브나 장르, 추구하는 가치에 기반해 그룹명을 다시 짓는다면? 예를 들면, 구오펑크라든지... 

 

성호 : 저희가 새로운 곡들을 만들때마다 한 장르에 머물러 있기보다는 다양한 시도하며 음악들 만들어 가다보니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쌓였다고 생각되는데요. 그중에 주력 바이브라 하면 아무래도 Alternative Chill Funk 정도가 될 것 같아요. 줄여서 ‘ACF’로 가겠습니다.

 

 

 

팔칠댄스에게 칠링이는 어떤 존재인가요. 2023년 '드림서비스'에 이어 올 9월 'Beautiful Complex'에도 코러스에 칠링이를 넣었던데... 특별히 이 곡들에 팬덤의 코러스를 넣은 데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준영 : 활동을 하면서 가장 감사한 분들은 역시 팬분들이더라구요. 첫 정규앨범을 만들 때 “마지막 곡에 모두가 함께한 음악이 있으면 서로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공연에서도 가끔 “우리 같이 만든 노래잖아요!”라고 말하곤 합니다.

 

그때의 기억처럼, 그리고 앞으로도 함께 나아갈 시간이 기대되어 이번 Beautiful Complex에서도 팬분들의 목소리를 담아보자는 의견이 자연스럽게 나왔습니다. 아마 또 한 번 부탁드릴 날이 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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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낸 EP 'i love your complex'의 소개글을 봤어요. 엽편 소설이 한 편 있던데, 일종의 스토리에 따라 전개되는 일종의 콘셉트 앨범인가요. 앨범의 기획 의도가 궁금합니다. 

 

정열 : 어느정도 앨범의 전체적인 구성과 큰 주제는 정해두려고 하지만 앨범 소개 글 처럼 세세한 스토리 라인까지 생각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하지만 이번 앨범처럼 콤플렉스를 주제로 생각할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모아서 하나의 큰 이야기로 만들어보면 재밌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매 앨범마다 이야기를 소개 글로 써보고 있어요. 

 

가사를 쓰는 비더블루의 이야기와 저의 이야기는 서로 다른 스토리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고 저는 생각하는데요 듣는 여러분도 이 앨범을 듣고 자신만의 상상을 펼쳐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정규 1집 'COLOR PAPER ALBUM' 앨범에서도 비슷한 스토리텔링을 봤습니다. 노래나 앨범을 만들기 전에 하나의 긴 스토리를 짜놓고 거기에 맞춰 가사나 곡을 쓰나요. 신곡이나 새 앨범의 제작 과정들이 궁금합니다.

 

비더블루 : 앨범을 관통하는 아주 ‘맛있는 재료’를 하나 정하고, 그때부터 속도를 내어 수록곡들의 가사를 만들고 앨범 전체 스토리를 짭니다. 가끔 미리 발매한 노래를 수록곡으로 담게 된다면 앨범 스토리를 조금 수정하거나 보완하기도 하고요.

 

저는 트랙이 많은 정규든, 비교적 트랙이 적은 EP든, 단순히 몇 개의 트랙이 담긴 앨범이 아니라 하나의 단편소설이 되길 늘 목표로 합니다. 그래서 곡들이 순차적으로 이어질 수 있게 만들고, 앨범에 담긴 스토리도 처음부터 차례대로 들어보면 훨씬 감정에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합니다.

 

곡마다의 가사를 쓰는 일은 저에게 단순히 ‘예쁜 퍼즐 한 조각을 만드는 느낌’이에요.

 
 
 

'i love your complex' 앨범은 '댄스'란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꽤 템포감이 있는 음반이었어요. 혹시, 진짜 댄스 음악에도 관심 있나요. 

 

준영 : 활동 초기의 팔칠댄스는 팀 이름과는 다르게 느린 템포의 로파이 사운드를 주력으로 하는 팀이었어요. 그런데 활동을 이어가면서 라이브가 많아지다 보니 지금의 모습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이미 공연에서는 율동도 하고 춤도 추고 있어요. 앵콜 때는 모두 악기를 내려놓고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요. 이 기세라면 언젠가는 정말 댄스 음악에도 도전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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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곡 '괜찮을 거야'는 이 앨범에서 유일하게 제목과 가사 모두 한국어예요. 이 곡의 제목을 다른 곡들과 달리 한국어로 정한 이유가 있을까요. 감성적인 곡인데, 얽힌 뒷이야기가 있다면 그것도 궁금합니다. 

 

비더블루 : 여러 가지 컴플렉스를 노래하고 마지막에 그냥 툭, “괜찮을 거야~”라고 말해주면 이 앨범이 깔끔하게 매듭지어질 것 같았어요. 사실 이 노래는 정년퇴임을 기다리는 우리 아빠를 보면서 만든 가사입니다. 평소엔 무덤덤해 보이지만 이런저런 불만이 많은 아빠가 미래를 생각하며 느끼는 불안함, 우려, 걱정… 그런 모습들을 진심으로 위로하고 싶었어요.

 

 

 

그룹명이 팔칠댄스라서 오해받은 경우도 있을 것 같아요. 댄스그룹인 줄 알고 섭외가 온다든지, 혹시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정열실제로 댄스그룹으로 오해받은 적이 있어요 공연장에서 댄스그룹이니 악기가 필요 없는 줄 알고 연락을 주셨더라고요. 그리고 87년생으로 오해하시는 경우도 정말 많은데요. 저희는 90년대생이에요. 처음 만든 트랙이 빠른 곡이었으면 (예를들어 98댄스) 어리게 봐주셨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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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칠댄스가 올해와 내년에 계획하는 것, 그리고 장기적인 꿈이나 목표가 궁금합니다.

 

성호 : 저희가 10월 중순에 새로운 ep 'i love your complex' 쇼케이스를 시작으로 1월 중순까지 아시아 투어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현재 서울, 태국, 부산 투어를 무사히 마치고 일본과 대만, 마지막으로 서울 공연이 남은 상황인데 무사히 투어를 마쳤으면 하는 바람이고요.

 

내년에는 더욱 새롭고 다양한 공연과 신보 작업을 계획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장기적인 꿈은 지금 밴드 멤버들이 다 같이 사이좋게 오래오래 그리고 행복하게 밴드 활동을 할 수 있는 밴드가 되고 싶습니다.

 

 

 

 

 

인터뷰 | 임희윤 (음악평론가)          사진 | 민희수 (2Fyou)         기획 | GROI / 구자영                   

디자인 | 김예지         에디터 | 이서인 이동석         발행 | 킨디라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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