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찬호

by XINDIE posted Dec 3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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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찬호

 

 

 

안녕하세요, 길찬호 님! 킨디매거진 구독자 분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어색하고 미안한 음악가 길찬호 입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기타를 기반으로 음악을 만들고 있어요. 이번에 앨범 발매를 하면서 텀블벅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요. 그때 포크 뮤지션 ‘유하’ 누나가 추천의 말을 썼어요. “솔직하게 건네는 그의 위로는 어쩐지 어색하게도, 동시에 미안하게도 들린다. 이상하게 나는 그의 힘 있는 음악이 좋다.” 이 추천의 말을 받고서부터 저를 소개할 때, 어색하고 미안한 음악가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최근 발매된 정규 1집 [무너지고, 피어나는] 은 ‘그날그날의 기록’, 일기처럼 만들어진 노래들이라고 말씀해주셨는데요. 슬픈 날과 기쁜 날, 무너지던 날까지의 기록들이 하나의 앨범으로 완성되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감정은 무엇이었나요? 

 

우선은 저의 첫 정규 앨범 [무너지고, 피어나는]은 저의 20대를 담고 있는 앨범이에요. 앨범으로 내려고 썼던 곡은 아니고 쓰다 보니까 앨범으로 내게 되었는데요. 썼던 곡들을 모으고 앨범의 이름을 지었어요. 이름을 지었을 때가 제일 기억에 남는 거 같아요. 저만 아는 노래가 누군가에게 어떠한 이름으로 불리는 앨범이 되고, 방에서 혼자서만 듣던 음악이 세상에 흘러갈 생각을 했을 때, 두근거림을 느꼈어요. 마음가짐도 달라졌고요.

 

물론 음악이 세상에 나왔을 때는 무너지는 감정도 느끼긴 했어요. 앨범을 괜히 냈나? 라는 후회도 하면서 그래도 앨범을 내길 잘했지 라며 저를 위로 하고, 제 음악을 듣다가 무너지고, 또 한번 피어나는 그런 경험을 했어요. 음악가는 본인의 가사대로 살아간다는 말이 있는데, 저는 앨범의 제목처럼 살아가는 것 같아요.ㅎㅎ

 

 

 

[무너지고, 피어나는]은 20대의 기록이자, 30대를 향한 바람이 담긴 앨범이라고 느껴집니다. 지금의 찬호 님이 이 앨범을 통해 과거의 자신에게 꼭 해주고 싶었던 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의 20대는 많이 불안했던 거 같아요. 물론 여전히 지금도 불안하고 슬픔 안에 갇혀있을 때도 많고 영원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의지하며 삶에 대한 질문들을 끊임없이 하며 지내고 있는데요. 과거의 저에게 하고 싶은 말은 우리가 이 세상에 왔을 때는 가진 것 없이 왔고, 삶은 경험하는 거라고, 지금 경험하고 있는 삶에 대해 불안해하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 물 흘러 가듯이 갈 거라고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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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 앨범을 처음 만들며 모든 걸 혼자 해보려 했고, 동시에 혼자서는 안 된다는 것도 느꼈다고 하셨습니다. 이번 작업을 통해 음악을 만든다는 일에 대한 생각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처음에는 앨범제작을 혼자 다 하려고 했어요. 다른 것보다는 예산 때문이었는데요. 작사, 작곡부터 믹스 마스터링까지 혼자 하면 예산이 많이 줄어드니까, 지속가능한 음악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저의 한계를 느끼고 믹스, 마스터링을 맡기게 되었습니다. 믹스 마스터링을 맡기는 일은 마치 이사하는 일 같아요.

 

셀프이사와 포장이사를 다 해봤는데, 셀프로 이사하면 너무 지치고 물건도 못찾고 한동안 너무 힘들었던 기억인데, 포장이사를 했을 때는 너무 편하고 물건도 정리가 잘되어 있었어요. 당연히 짐이 많으니까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건데, 혼자서 끙끙 앓지 말고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에는 빠르게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생각이 들어요. 고집은 제 자신을 힘들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고집을 피우고 있을 제 미래의 모습이 보이네요.ㅎㅎ

 

 

  

이번 앨범은 대부분 홈레코딩으로 진행되어서인지, 곡마다 서로 다른 질감을 느껴볼 수 있었어요. 기술적인 완성도와 감정의 진솔함 사이에서, 찬호 님이 가장 중요하게 붙잡고 싶었던 기준은 무엇이었나요? 

 

맞아요. 저는 홈레코딩 유저이고, 녹음한 시기와 장비가 다달라서 소리의 질감이 다 달라요. 또 이상하게 녹음된 곡도 있고요. 기술적인 완성도는 사실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냥 내가 좋을 걸 하자! 이런 생각뿐이었고, 앨범을 만들 때도 그렇고 지금도 여전히 갖고 있는 생각은 자연스러운 음악을 만들자인 것 같아요. 그게 가사던, 어떤 연주던, 편곡의 방향이던, 자연스러움을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조금 박자가 어눌하게 녹음된 것도 자연스러우면 썼고, 인간적인 그루브를 인정하고 싶었어요. 저는 노래가 항상 자신이 없는데, 앨범작업도 노래 때문에 오래 걸렸던 것도 있어요. 자연스럽게 노래하는 게 너무 어렵더라고요. 음정을 신경쓰거나 노래의 어떤 부르는 방식을 신경쓰면 어색하게 들리는 거 같아서 다시 녹음하고 또 다시 하면 지쳐  있고 자연스러움을 잃어버리는 게 싫어서 다른 날 다시 녹음하고 그랬던 기억이 나네요.

 

   

 

이 앨범은 비슷한 시기를 지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위로가, 이미 지나온 사람들에게는 옅은 미소가 되었으면 한다고 하셨는데요. [무너지고, 피어나는]을 듣게 될 리스너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어떤 마음으로 이 노래들을 마주하길 바라시나요?

 

제가 노래를 쓸 때는 듣는 사람을 생각하고 쓰진 않았어요. 저의 일기장같이 삶에 대한 질문들을 기록했던 거라 저의 마음을 위로 하는 게 제일 먼저였던 거 같은데, 요즘의 제 생각은 좀 달라요. 유하누나가 했던 말인데요, "사람을 살리는 음악을 하고 싶습니다."

 

저는 좋은 영화를 본 날만큼은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드는데요. 제 음악이 누군가에게 그랬으면 좋겠어요. 더 살고 싶게 만드는 거 있잖아요. 숨 쉴 틈 없고 깊은 터널을 지나고 있고 어디서도 위로 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분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그런 시기가 있었고, 그럴 때마다 사람에게 의지하기도 하고 하나님을 찾기도 했는데요. 저의 일기장 같은 음악을 들으며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정규 1집 발매를 기념해 1월 3일, 클럽 온에어에서 단독공연을 앞두고 계신데요. 풀밴드 구성으로 앨범 수록곡과 미발매 곡까지 선보일 예정이라고 들었습니다. 이번 무대를 통해 관객들과 어떤 감정을 가장 나누고 싶으신가요?

 

네. 요즘 공연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좋은 사운드로 감동을 드리고 싶어서 합주도 하고 개인연습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좋은 사운드는 음악가로서 갖고 있는 욕심이라 놓치고 싶지 않네요.

 

또 제가 요즘 많이 슬픈 시기에 있어요. 제가 너무나 사랑하는 음악 동료인 ‘배양’이 세상을 떠났거든요. ‘배양과 길군’ 이라는 포크듀오로 같이 활동하려고 곡도 많이 썼고, 제 앨범에 9번 트랙인 ‘있는데, 없다.’ 작사도 해주었는데요.

 

이번 공연에는 ‘배양과 길군’의 음악도 들려드릴 예정이에요. ‘사라지지마’라는 곡이 있는데, 배양누나가 작사하고 공동 작곡한 노래예요. 후렴에 “아무도 원치 않아도 사라지지마 살아야 하는데 이유가 필요하다면 지구는 너무 외롭다” 이런 가사가 있는데, 삶에 대해 노래하고 싶어요. 

 

또 배양과 길군으로 활동은 못하지만 그 노래들을 발매도 하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어색하고 미안한 음악가 길찬호 였습니다.

 

 

 

 

 

인터뷰 | 이서인          사진 | 길찬호 제공          발행 | 킨디라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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