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AH!(오아!)

by XINDIE posted Dec 3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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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VOL 121
아티스트 OAH!(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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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H!(오아!)

 

'오아...!'

밴드 이름처럼 나도 모르게 낮은 감탄사가 나왔다. 밴드 '오아!'의 종전 곡들에는 모던 록, 브릿팝 성향이 많았다고 생각했는데, 11월 말에 내놓은 새 EP 'No Apologies'의 첫 두 곡에서 이들은 남아 있는 가솔린을 모두 태워 버리려는 듯 질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선 굵은 리프(riff)가 주도하는 개러지 록 성향의 오프닝 트랙 'Harley'는 전초전에 불과했다. 이어지는 'Take It Back'은 지난 세기말을 후끈 달군 랩 록 장르의 재림이라고 할 정도로 뜨겁다. 철컹대는 스타카토로 숨통을 조여오는 기타 사운드, 성날 대로 성난 리듬, 포효하는 랩 보컬까지....

 

'오아!'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최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난 멤버들은 그저 태연했다. 다만, 그동안 표현하고픈 게 있었는데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고 그저 자유롭게 음악을 만들었을 뿐이라고들 말했다. 조용하고 친절한 반항아들처럼, 멤버들은 나긋나긋 밴드의 기원과 방황, 그리고 지금 일어나는 변화와 미래에 관한 이야기까지 털어놨다.

'오아!'의 다음 앨범, 내년의 행보는 또 어떤 감탄사를 유발시킬까.

 

- 임희윤 음악평론가

 

 

 

‘오아!’라는 그룹명, 특이해요. 느낌표까지 붙어 있어서 반드시 이런 이름에는 특별한 배경이 있을 것 같은데요.

 

진환그룹명을 지으면서 많은 생각을 함께 했는데 쉽사리 적당한 게 나오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공통점으로 찾아낸 게 모두 오아시스라는 그룹을 좋아한다는 거였죠. 그래서 ‘뭔가 오아시스 같은 이름이 없을까?’ 하다가 오아 자체가 감탄사라는 데 생각이 닿았어요. 뭔가 특별한 것을 봤을 때 ‘오아!’ 하게 되잖아요. 우리가 그렇게 감탄을 자아낼 수 있는 밴드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리고 오아시스와도 연관된다는 아이디어 때문에 멤버들이 ‘오아!’로 급격히 합의하게 됐죠.

 

 

 

‘오아!’ 이전에 멤버들은 각각 뭘 하고 있었나요. 각자 악기나 마이크를 잡게 된 계기도 궁금해요. 

 

환웅 : 진환을 뺀 나머지 셋은 같은 교회 찬양팀에서 2010년부터 함께 연주를 하고 있었어요. 제가 드럼을 하게 된 것도 교회에서 자연스럽게 시작한 거예요. 제가 대외적인 그룹 활동을 하자고 제안해서 어쩌다 리더를 맡게 돼 여기까지 왔네요. 보컬 진환은 2019년에 합류했죠.

 

진환 : 중학교 때 랩을 본격적으로 배웠어요. 어려서부터 힙합을 좋아하고 에미넴을 제일 좋아했거든요. ‘8마일’이란 영화를 보고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당시 소울 컴퍼니 같은 힙합 레이블이나 그룹 빅뱅도 멋져 보였고요. 그런데 랩 선생님이 노래도 하는 분이었어서 자연스레 저도 노래에 매력을 느끼게 됐어요.

 

기훈 : 무슨 곡인지 지금은 생각나지 않지만 TV에서 누군가가 기타 솔로를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무조건 기타를 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려서부터 ‘관종 끼’가 있었는지 솔로 하는 모습이 너무 좋게 보였던 거죠. 초등학생 때 그렇게 시작해 지금도 기타를 잡고 있습니다.

 

민조 : 제가 대안학교를 다녔는데 교내에 1인 1악기 배우기 정책이 있었어요. 저는 다른 아이들에게 악기 선택권을 양보하고 ‘남는 거 나 줘’ 했어요. 그렇게 베이스를 잡게 됐죠. 대학 실용음악과 입시 때가 기억나요. 실기 연주 도중에 베이스 줄이 끊어졌는데, 아마 거기까지만 보시고 괜찮아서 뽑아주신 것 같아요. 운이 무척 좋았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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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8일 발표한 새 EP 이야기를 좀 해보죠. 예전보다 더 거칠고 강렬한 곡들이 전진 배치된 게 인상적이었어요. 최근에 뭐… 안 좋은 일이라도…?  

 

진환 : 밴드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레 화들이 많아지더라고요. 그 해소를 결국 음악으로 해야 하잖아요. 더 자유로운 음악을 하고 싶다는 열망이 이번 앨범을 통해서 해소됐습니다. 이번 앨범이야말로 우리의 정체성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작품이 됐어요. 저흰 펑크 정신을 늘 지향했지만 예전에 발표한 곡들에서는 그게 제대로 표현되지 않는 느낌이었어요.

 

 

  

그러게요. 앨범 제목부터 ‘No Apologies’더라고요.

 

진환 : 봐주지 않고 이 안에 있는 그대로를 표출하겠다는 선언이에요. 밴드를 하고, 외모부터 좀 특이하다 보니 세상에서 우릴 보는 다양한 시선들이 있죠. ‘쟤네는 미래가 없나, 내일이 없나’부터 다양한 시선들요. 하지만 저희는 굉장히 열심히 살거든요.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죠. 좀 더 당당하게 우리 생각을 표현하자는 데 의견이 모였어요. 저희의 공통분모는 반항적인 태도라고 생각해요.

 
민조 : 그동안은 음악에서 과도기적인 부분이 있었던 게 맞아요. 최종적으로 저희가 지향점이 닿은 게 이번 앨범이라고 할 수 있죠. 장르적으로는 다양한 시도를 하지만 그래도 한 밴드의 정체성을 더 잘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은 가사와 거기 담긴 메시지라고 생각하거든요.
 
 
 

앨범 만들 때 재미난 에피소드나 제작 과정에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도 궁금해요.

 

기훈 : 기타리스트로서 사운드에 대한 고민이 컸어요. 이번엔 최대한 예쁜 소리를 덜어내고 좀 더 날 것에 가까운 소리를 많이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보통은 기타 트랙을 많이 넣는데 이번엔 트랙 수부터 최소화시켰죠. ‘생(生-)소리’로 하다 보니 녹음할 때는 좀 힘들었어요. 특히 ‘Take It Back’ 같은 곡요. 조금만 틀려도 다 티가 나니까요. 하지만 믹싱까지 완료되고 다시 들어봤을 때 의도한 메시지가 반영이 잘 된 것 같아 좋았고 앞으로 이런 방식으로 더 많이 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환웅 :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원래 10곡 이상 만들어 뒀어요. 하지만 결국 다 갈아엎고 새로 만들었죠. 원래는 4월에 내기로 했는데 미뤘고 7월에는 내자고 했는데 또 갈아엎었어요. 기존에 작업한 곡들을 말 그대로 버렸죠. 1번 트랙이 된 ‘Harley’와 2번 트랙 ‘Take It Back’이 나온 뒤로 그 두 곡을 중심으로 다른 곡들을 새로 써나갔어요.

 

진환 : 원래는 가사를 제가 도맡는데 이번엔 환웅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배우들이 연기를 할 때 그 역할에 완전히 빠져들 듯이 저도 거칠고 반항적인 이번 앨범의 분위기에 완전히 빠지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굉장히 시니컬하고 늘 화가 나 있는 그런 분위기, 그리고 가사의 메시지들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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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맘에 드는 가사가 있다면요?

 

진환 : ‘Harley’에서 ‘내 머리색은 철 지난 금빛 머리/찢어진 나의 배기진 펑퍼짐/그 호불호는 100% 삶의 차이네’ 하는 부분이 있어요. 제 실제의 겉모습이기도 하고, 그냥 이게 저거든요. 마지막 곡 ‘10000’은 제목이 특이한데, 의미보다는 ‘10000’이란 어감이 너무 좋았어요. 우리가 무대에 있는 순간들이 멈추지 않고 수만 번, 그리고 영원히 계속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담았어요. 사실 다른 곡들과 분위기가 달라 앨범에 넣을까 말까 망설인 곡이긴 해요. 하지만 뮤직비디오도, 곡도 돌아보면 앨범의 피날레 역할을 제대로 해낸 트랙이라고 생각해요.

 

 

 

5번 곡 ‘18%’도 제목이 특이해요.

 

민조제가 사진 찍는 걸 좋아해요. 피사체에서 18%의 반사율을 갖는 부분을 찾으면 적정한 노출값을 잡을 수 있다는, ‘18% 그레이’란 원칙이 있죠. 확고한 기준점, 나만의 색깔을 가지고 나의 삶을 살아가겠다는 내용이에요. 저희가 여러 곡에 걸쳐 이야기하는 메시지, 그러니까 진짜의 나에 대해서 얘기하는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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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들이 요즘 꽂혀 있는 음악도 알려주세요.

 

진환 : 래퍼 트래비스 스콧요. 분노를 잘 이용할 줄 아는 아티스트잖아요. 공연에서도 배울 점이 많아요. 나중에 ‘오아!’스러운 무대, ‘오아!’ 페스티벌, ‘오아!’ 월드 같은 걸 만들 때 참고하고 싶어요.

 

민조저는 우리와 이웃한 나라이지만 아주 색다르고 배울 점이 많은 일본의 팝, 록을 많이 들어요. 요즘은 밴드 킹 누를 많이 듣습니다.

 

기훈 : 국내 밴드 중에서는 ‘봉제인간’요. 해외 밴드 중에는 이번 앨범 작업을 위해서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과 ‘섬 41’을 많이 들었어요.

 

환웅저는 ‘오아!’의 새 앨범 ‘No Apologies’요. 진짜예요. 원래는 앨범 내고 난 다음에 질려 버려서 우리 앨범을 안 듣는 게 보통인데 이번 앨범은 확실히 달라요. 재밌고 애정이 가요. 아마 몇 만 번은 들었을걸요.

 

 

 

오아!가 올해와 내년에 계획하는 것, 그리고 장기적인 꿈이나 목표가 궁금합니다. 

 

진환 : 내년에는 공연과 페스티벌 활동을 많이 하고 싶어요. 올해 부산국제록페스티벌 무대에서도 그랬지만 ‘Take It Back’을 할 때는 우리가 천하무적이 되는 기분이 드는데, 그런 기분이 정말 좋거든요. (그 곡은 꼭 라이브로 보셔야 해요.) 더욱 반항아 같은 이미지를 구축하고 싶어요. 10년 뒤든, 20년 뒤든, 나이를 아주 많이 먹은 뒤에라도 멤버 변화 없이 지금 이대로 무대에서 공연하는 밴드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인터뷰 | 임희윤 (음악평론가)          사진 | 민희수 (2Fyou)         기획 | GROI / 구자영

디자인 | 김예지         에디터 | 이서인 이동석         발행 | 킨디라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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