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숙한 낯섦. 아니면 낯선 친숙함. 스텔라장의 공연을 처음 봤던 날, 인상이 독특했다. 마치 아주 오래전부터 가요계 어딘 가에 도사리고 있었을 법한 원숙함과 재능과 대중성. 유려하게 통기타를 퉁기며 사뿐사뿐한 음색으로 예쁜 멜로디를 노래하다 어느 순간 래퍼로 변신해 각운과 요운과 약간의 비속어를 리듬 사이로 찔러 넣는 광경은 꽤 장관이었다. 2014년 싱글 ‘어제 차이고’로 데뷔한 그는 그간 다작했다. 날렵한 감각으로 쥐꼬리 월급이나 꾀병 상상, 마감 압박과 지하철 환승을 아우르는 생활 밀착형 소재들을 노래로 만들어 쏟아냈고 몇 편의 드라마에도 목소리를 실었다. 치즈, 러비, 박문치와 결성한 4인조 1990년대 걸그룹 오마주 프로젝트 ‘치스비치’의 멤버로서 고품질 싱글 ‘SUMMER LOVE...’까지 댄스 곡 기근의 2019년 여름에 욱여넣은 스텔라장은 어쩐지 ‘탱탱볼’ 같다. 래퍼들과 여러 곡을 협업하더니 얼마 전엔 아이돌 가수 김재환과 듀엣 곡도 냈다. 또 어디로 튈까. 이 능청맞은 싱어송라이터.
인터뷰: 김희준
- 노래 중간중간 랩도 선보이고 각운을 맞추는 센스가 돋보여요. 힙합을 좋아하세요? 처음 좋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랩 앨범을 낼 생각은 혹시 없는지.
고등학교 때 힙합을 많이 좋아했어요. 뮤지션이 되고 싶단 생각도 힙합 때문에 시작하게 됐죠. 다른 장르에 빠져들게 되면서 멀어진 꿈이지만 그래도 가사를 쓸 때 각운을 맞추면 듣는 재미가 있다고 생각해 여전히 신경을 많이 써요. 랩 앨범은 앞으로 내고 싶을 수도 있지만 잘 모르겠어요. 너무 어려워서.(웃음) 팬들에게도 꾸준히 받는 질문이기는 해요. ‘언젠간 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 프랑스에서 생활하셨고, 무대에서 샹송을 들려주기도 하잖아요. 프랑스 음악가 중에 가장 영향을 많이 준 사람은? 또, 좋은 샹송 있으면 추천해주세요.
제 음악이랑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레미제라블’, ‘미스 사이공’을 쓴 작곡가 Claude-Michel Schönberg를 좋아해요. 그 두 뮤지컬 음악을 많이 들었거든요. 최근에 들은 것 중엔 Ben Mazué - J’attends이라는 곡을 추천해요.
- 월급부터 미세먼지까지 다양한 주제로 노래나 앨범을 만들었어요. 소재나 주제를 선택할 때 주로 어디서 착안을 하나요. 신선한 소재를 가사와 선율로 풀어내는 것도 일일 것 같은데, 제작 과정에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평소 끄적거리는 걸 좋아해요. 그중에 몇몇 글은 가사로, 또 데모로 완성이 되기도 해요. 뭘 일단 많이 쓰다 보니 어떤 소재를 가사와 선율로 풀어내는 과정보다 버릴 소재를 결정하는 게 더 일이라고 느낄 때도 있어요. 작업과정에 대해 말씀드리면 ‘이번엔 이런 주제로 앨범을 만들어야지!’하고 작업을 하지 않고요. 일단 만들어놓은 것들 중에 하나의 줄기로 묶을 수 있는 곡들을 모아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면서 완성하는 편이에요.
- 음악과 관련된 일 말고는 어떤 분야에 관심이 많나요? 평소 어디에서 뭐 하고 노는지도 궁금합니다.
이것저것 관심이 많아요. 하나를 진득하게 파지는 못 하지만요. 최근엔 기후변화에 관심이 생겨 개인 컵 쓰기, 분리수거 잘 하기 등 일상의 사소한 룰들을 지키려 노력 중이에요. 평소에 밖에 잘 안 나가요. 그나마 요새 공연을 좀 보러 다니고 있긴 한데 기본적으로는 집순이 성향이 강해요. 근데 그렇게 집을 좋아하면서도 여행은 또 좋아해서 잔고와 시간에 여유가 있다면 어디로든 떠나곤 해요.
- 요즘엔 그룹 '치스비치'로도 활동 중이죠? 왠지 또 다른 자아로 활동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떤 느낌인가요? 녹음과 뮤직비디오 촬영 때 재미난 일이 있었나요. 치스비치 멤버 중에서 '나는 이것 담당이다!' 하는 것이 있다면요? 가장 좋아하는 걸그룹 노래는?
‘치스비치’의 ‘스’로 활동하는 건 삶의 엄청난 활력소에요. 그 자아가 원래 자아를 집어삼키는 것 같아서 걱정일 정도로요. 멤버들도 다 찰떡궁합이고 모든 일을 가내수공업으로 해결하는 것도 재밌어요. 최근엔 넷이 모여 MD를 포장했는데 반나절에 배달음식을 세 번이나 시켜 먹었어요. MV 촬영 땐 서로의 뻔뻔함에 감탄과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요. 굳이 제 담당을 꼽자면 라디오 섭외를 맡고 있어요. 좋아하는 곡은 많지만 그중에도 러블리즈의 ‘안녕 (Hi~)’을 정말 좋아합니다.
- 앞으로 음악가로서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요? 올해와 내년의 계획도 궁금합니다.
전조 많고 편곡도 웅장한 곡을 해보고 싶었는데 10월에 아마 그런 곡으로 찾아뵐 수 있을 것 같아요! (갑분 홍보!) 일단 올해는 10월 싱글, 여러 페스티벌, 연말 단독 공연 정도의 계획이 있고 내년 초쯤에 정규앨범과 더불어 소극장 공연도 해보고 싶어요. 아, 치스비치도 두 번째 싱글 준비 중이고, 그 이외의 콜라보 프로젝트도 있을 예정이에요.
스텔라장's 띵곡
1) 스텔라장 : YOLO
제 곡 중 밝기만 한 곡이 없는데 이 곡이 그래서 제게 남다른 의미를 가져요. 라이브로 부를 땐 루프 스테이션을 사용해서 관객분들이 좋아해 주시기도 하고요!
2) 브로콜리너마저 : 좋은사람이 아니에요
제 2019년의 암흑기를 구원한 음악입니다. 브콜너 사랑해요 ㅜ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