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회경

by XINDIE posted Jan 2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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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23년 12월
아티스트 허회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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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외로움과 허무를

서늘하게 때로는 따듯하게

 

2022년 초 어느 날, 사람들과 허회경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단독 공연은커녕 아직 실제로 노래하는 그를 본 이도 드문 즈음이었다.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말했다. 지금 허회경이 ‘뜬다’고. 실제로 유튜브에서 음악 사이트까지 한국 인디 음악을 중심으로 한 플레이리스트마다 허회경의 이름이 빠지지 않았다. 2021년 발표한 싱글 ‘김철수씨 이야기’로 불붙은 반응은 2022년 말 데뷔 앨범 [Memoirs]가 세상에 나오며 정점을 찍었다.

 

삶의 외로움과 허무를 목소리로, 멜로디로, 노랫말로 서늘하게 때로는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그의 손길은 그 해 연말 한 해를 정리하는 각종 리스트에서 허회경의 이름과 앨범 [memories]를 자주 만날 수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 다양한 OST 참여와 싱글 발매로 2023년을 바쁘게 보낸 허회경은 오랜만의 단독 공연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며 많은 것들이 준비되어 있는 새해에 대한 넘치는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인터뷰.글: 김윤하

사진: (주) 문화인

편집: 곽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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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30일 ‘독백을 어딘가에 옮기는’이라는 타이틀로 단독공연을 열었어요. ‘독백’을 주제로 한 공연이었죠.

 

공연 때 눈이 정말 많이 왔어요. 처음엔 눈이 이렇게 많이 오면 관객 분들도 움직이기 힘들고 번거로울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덕분에 더 특별한 날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밖에선 눈이 펑펑 오고 저와 관객 분들은 공연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순간! 행복하다고 느꼈습니다. 

 

 

- 얼마 전에 에일eill과 함께 딩고의 ‘라이징보이스’도 촬영하셨죠.

 

아주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짧게 몇 곡을 원테이크로 부르니 재미있더라고요. 

긴장도 약간 됐지만 다음에 또 이런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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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래 ‘김철수 씨 이야기’를 시작으로 한참 좋은 반응을 얻던 시기 코로나19 때문에 적극적인 활동이 불가능했어요. 혹시 심적으로 초조하거나 불안하지는 않았나요? 어려운 시기를 무사히 극복한 허회경만의 비법도 궁금해요.

 

딱히 초조하거나 불안하지는 않았고 오히려 이렇게 좋은 반응이 올 줄 몰라서 신기하고 감사했죠. 어려운 시기였다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극복 방법이라면 별 생각 없이 지내는 것 정도겠네요.

 

 

- 2023년 들어 엔데믹 분위기를 타고 오프라인 공연을 비롯한 음악계 분위기도 활발해지고 있어요. 허회경 씨도 지난 여름 첫 단독 공연을 열었죠. 관객과 팬을 직접 만난 기분이 어땠나요.

 

첫 공연은 신기하고 뿌듯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어리둥절한 마음도 있었던 것 같아요. 첫 공연 이라 그런지 모르는 것도 많았고요. 관객들도 처음 마주하니 서로 낯가리는 것도 있었어요. 그래도 공연을 마치고 나니 느낀 것도 많고 스스로 좋은 영향도 많이 받았더라고요. 두 번째 공연은 그래도 공연을 한번 해봐서 그런지 얼굴을 아는 관객들도 객석에 보여서 신기했어요. 그게 참 기분 좋더라고요. 노래 부르다가 얼굴을 아는 관객 분들과 눈이 마주치면 속으로 너무 반가워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어요. 두 번째 공연을 만드는 과정에서 공연에 대한 욕심도 더 많아지고 제가 원하는 것들이 구체화 되는 과정에 재미를 느꼈어요. 덕분에 세 번째 공연에 더 욕심이 나기도 했고요. 공연은 할수록 재미있고 욕심나는 것 같아요.

 

 

- 영감을 받아 곡을 만들고, 레코딩과 공연을 하는 음악가로서의 일련의 활동 가운데 개인적으로 가장 체질에 맞는 작업이 있을까요? 반대로 가장 어려운 작업도 궁금해요.

 

가장 체질에 맞는 작업은 공연이고요. 작사 작곡하는 과정이 늘 어려워요. 마음처럼 쉽게 되지 않아서 항상 힘들어하는 편이에요. 그렇지만 마음에 쏙 드는 결과물이 나왔을 때의 기분을 잊지 못해서 어렵고 힘든 과정에 계속해서 도전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 딱히 낭만적으로 곡을 쓰는 편은 아니라는 인터뷰를 봤어요. 평소 허회경의 작업 루틴을 공개해줄 수 있을까요?

 

일어나서 밥 먹고 집안일 하고 커피 내려서 작업실 책상에 앉으면 보통 신기하게 항상 2시가 되더라고요. 의도하지 않아도 항상 2시 언저리에요. 그때부터 계속 책상 앞에 앉아서 시퀀서와 메모장을 켜고 아무거나 다 시도해 봅니다. 아 그리고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혼자 있는 시간에 인풋을 많이 넣어놓는 거에요! 그래야 책상 앞에 앉았을 때 생산적인 결과물들이 나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쉬는 날에 혼자서 산책하며 생각하기, 음악듣기, 책 읽기, 영화보기 등 생각을 하게 만드는 과정이 작업의 중요한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혼자 시간을 즐기는 게 중요해요. 그게 제가 좋아하는 작업의 일부이고 루틴입니다.

 

 

- 활동하면서 지금까지 들었던 이야기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감상이나 평가가 있나요.

 

이건 많이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요. ‘이 음악을 듣고 누군가를 미워하려는 마음을 접었습니다’ 이런 뉘앙스의 글이었어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가장 기억에 남아요.

 

 

- 지난 12월 5일 새 싱글 ‘난 묻어요’를 냈어요. 그 동안 이별을 노래한 허회경의 어떤 노래보다 단호하고 진취적인 느낌이 들었어요. 곡이 만들게 된 배경이나 심경을 알려줄 수 있을까요.

 

묻어야 하는 것들을 묻지 않고 자꾸만 쓸데없이 곱씹고 있는 저를 발견했어요. 물론 궁극적으로는 그것도 저에게 도움이 되는 과정 중에 하나겠지만 이쯤 하면 그만해야지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좋던 싫던 내가 겪은 것들, 묻어야 할 것들이 결국 저에게 어떤 배움을 준다는 생각도요. 그런 마음으로 쓴 곡이에요. 배웠다면 이제는 단호하게 묻어버릴 것. 이런 심경이었습니다.

 

 

- 새 싱글을 내고 아마 정규나 EP 같은 앨범 단위 작업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앨범을 포함해서 올해 준비하고 있는 계획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올해에는 EP를 꼭! 내고 싶어요. 계획하고 있습니다. 공연도 계획 중이고요. 소규모 녹음실이나 클럽에서도 공연을 해보고 싶어서 생각 중이에요. 큰 무대에서 하는 공연도 좋지만 소규모로 관객들과 가까이에서 소통하면 또 다른 기분이더라고요. 눈을 똑바로 마주하고 얼굴을 면밀히 살펴보며 노래 부르고 이야기 나누는 거요! 마지막으로 2024년도 우리 모두 다 같이 즐거운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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