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카겔

by XINDIE posted Oct 1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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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20년 10월호
아티스트 실리카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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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은 새로운 발걸음 위한 쉼표이자 성숙의 과정!

 

 거침없이 약동하는 드럼, 불꽃놀이처럼 입체적으로 터지는 전자음과 기타 사운드, 초현실주의적 가사…. 밴드 ‘실리카겔’의 청각적 세계는 별세계에 가깝다.

이를테면 데이비드 번의 우주선이 M83(1500만 광년 떨어진 빗장나선은하)의 행성 ‘핑크 플로이드’에 불시착했는데 시계가 가리키는 곳은 한국어로 이천 이십년인 것 같은 음악이랄까. 그러나 이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저 느껴지는 대로 느끼는 것만이 이 괴상한 행성에서 사는 법이다.

 2016년과 2017년, 그들은 불타는 두 개의 해를 보냈다. EBS 스페이스 공감 헬로루키 대상, 한국콘텐츠진흥원 케이루키즈 대상,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 대한민국에서 신인 음악가가 들 수 있는 가장 무거운 트로피를 모조리 가졌다. 기묘한 곡 ‘9’는 한국 사이키델릭 음악계에 새로 솟은 준봉이었다. ‘불한당’은 하늘같은 선배 달파란이 리믹스했다.

 그러나 침묵…. 군복무와 이런저런 사정으로 실리카겔의 시계는 2년 넘게 멈춘 듯했다. 그리고 마침내 8월 말, 복귀 싱글 ‘Kyo181’이 나왔다. 편집증적 가사와 멜로디, 뒤틀린 전자음의 아우성으로 무장하고 돌아온 그들에게 물었다.

 

인터뷰: 임희윤|사진제공: 붕가붕가레코드

 


 

 

Q. 군복무를 마치고 복귀하셨지요. 각자 언제 제대하신 건가요? 군 생활은 어땠나요. 인생관이나 음악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사건은 없었는지, 실리카겔의 인생에 어떤 의미의 기간이었는지 궁금합니다.

 

건재 : 네. 각자의 자리에서 복무를 마치고, 올해 봄과 여름에 모두 제대했습니다. 한주는 봄에, 웅희와 춘추 그리고 저는 여름에 복무를 끝마쳤어요. 군 생활을 하는 중 새로운 환경, 새로운 시스템, 새로운 사람들을 보며 건강하게 지내기 위해 모두 노력했고, 인생관이나 음악관에 영향을 미쳤다기보다는 서로를 그리워하기도 하고, 새로이 그려갈 음악들을 생각하며 끈끈해진 것 같은 느낌이 있어요. 아마 조금씩 느끼는 부분들이 다르겠지만, 공통적으로는 저희는 이전 것에 대해  마침표를 찍고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기 위한 쉼표를 찍었던 기간이었다고 생각이 드네요. 

 

 

Q. 3년 만에 신곡을 낸 게 맞죠? 오랜만에 멤버들이 모여 함께 작업을 하니 어떻던가요. 그동안 손가락이 굳거나 서로 사고방식이 달라질 수도 있었을 텐데. 호흡은 잘 맞았는지요?

 

춘추 : 대략 그 정도가 되었네요. 오랜만에 실리카겔로 모여서 음악을 만드니 두근두근했습니다. 지난 작업보다도 각자가 좀 더 음악적으로 음향적으로 성숙해져 있는 상태여서 더욱 좋은 작업이었던 것 같아요. 손가락이 굳기에는… 저희가 악기를 3년 동안 전혀 안 친 것도 아니고 그 기간보다 몇 배나 더 연주를 해왔기 때문에 그럴 일은 없습니다만 오랜만의 합주를 하면서 묘하게 이상한 기분이 들더군요. 같이 연주하는 것은 3년만에 처음이니까요. 지금은 다시 익숙해졌지만 다시 모여서 처음으로 합주하기 시작한 때에는 기묘한 기분이 들긴 했습니다.

 

 

Q. 'Kyo181'에서는 말 그대로 'Kyo'라는 인물이 등장하네요. 수수께끼의 'Kyo'는 어떤 인물인가요? 곡에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었는지 궁금합니다.

 

한주 : ‘Kyo181’은 제 마음의 상처와 공허함을 해방하고자 부르는 노래입니다. Kyo는 그렇게 방출되는 선율들이 향하는 과녁일 뿐이고, 인물이라고 할 수 없는 것입니다. Kyo는 과녁이자 허공이기도 합니다. 곡을 짓고 난 후에 알게 된 건데, 일어로 오늘을 뜻하는 단어가 Kyo와 유사한 발음을 지녔다고 하네요. 곡의 가사가 더욱 자조적으로 느껴져서 재밌다고 생각했습니다.

 

 

Q. 'Kyo181'은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형태의 멜로디가 반복됩니다. 멜로디를 더 이상 변주하거나 발전시키지 않은 이유가 있을까요?

 

한주 : 언젠가부터 반복되는 무언가를 보면 그냥 그것으로 족하다는 생각을 하곤 했어요. 미미한 흔들림이 존재한다면, 그 순간이 반복되는 게 사람의 정신을 더 고양시키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필립 글래스(Philip Glass)에 대한 존경심이 무의식적으로 반영된 것일 수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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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오랜만의 작업에서 혹시 이전의 작업들과 달리 새로 시도한 방식, 새로 도입한 악기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춘추 : 우선 저의 작업실이 생겼습니다. 작지만 녹음 부스가 딸린 좋은 작업실인데요, 이전에는 여기저기 떠돌아다니거나 공간을 공유하거나 했는데 순전히 실리카겔을 위한 개인작업실이 생긴 것이죠. 그동안 계속해서 레코딩 관련 장비도 모으고, 레코딩 관련한 실험과 공부를 해왔습니다. kyo181은 완벽하게 실리카겔의 공간에서 만들어진 실리카겔의 첫 음악이 되었네요. 새로 도입한 악기라고 한다면, 저희에겐 미친 듯이 악기를 사모으는 게 일상이라 항상 그때그때 새로운 악기를 써왔던 이전의 작업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가장 크게 달라진 게 있다면 실리카겔을 위한 커스텀 드럼킷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아쉽게도 제작 기간 때문에 이번 kyo181의 녹음에 투입하진 못했지만, 모든 라이브에 드럼킷을 계속해서 들고 다니고 있는 게 저희 활동에서 가장 크게 변화한 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Q. 'Kyo181'의 뮤직비디오 매우 강렬하고 흥미롭습니다. 멤버들은 뮤직비디오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나요? 칼이 많이 등장하던데 혹시 칼 공포증을 가진 멤버는 없나요?

 

웅희 : 하하. 칼 공포증은 크게 없었던 것 같네요. 멤버들 모두 각자의 망치와 무기를 즐겼던 것 같고 김한주는 칼 모형을 먹고(?) 만지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이번 뮤직비디오를 감독하신 멜트미러 감독님의 작품들을 전에도 애정하고 존경했지만 그중에서도 이번 뮤직비디오가 최고의 감동을 받은 비디오가 아닐까 싶습니다. 감독님에게 배운 점도 많고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뮤직비디오는 아무리 봐도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네요.

 

 

Q. 실리카겔이 요즘 빠져서 듣고 있는 음악은 어떤 건가요? 멤버들이 서로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하거나 음악을 많이 추천해 주는 편인가요?

 

웅희 : 저는 개인적으로 멤버들한테 추천받은 걸 좋아합니다! 직접 디깅해서 듣는 것보다 색다른 느낌의 음악을 쉽게 들을 수 있어 너무 좋더군요. 최근에는 김한주에게 George Clinton을 추천받아서 테이프 늘어지도록 듣고 있습니다.

 

 

Q. 올해에 계획하는 일, 내년에 계획하는 일, 또는 장기적인 꿈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건재 : 일단 올해에 하는 계획은 지금까지의 한 걸음을 마무리하는 단독 공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세심하고 철저하게 방역수칙을 준수하면서요. 그리고 또한 언택트 시대의 한 뮤지션으로서, 청자 분들에게 들려주고 보여줄 여러 컨텐츠들을 기획하고 만들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코로나가 무사히 종식되고, 모처럼 오프라인에서 즐겁게 사람들과 만나고 또 공연하고 술도 먹고 싶네요. 지나간 일상이 이렇게 그립게 될 줄 어느 정도 알았지만 정말 그립네요. 꿈이라… 거창하고 추상적인 꿈이라는 것보다는, 지금 현재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상들을 지켜가며 음악을 만들고 공연을 하고, 이런저러한 것들을 하다 보면, 지금의 이것들이 언젠가의 시점에선 꿈이 아니었을지 생각이 됩니다. 간단하게는 계속 음악을 하는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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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카겔's 띵곡
 
 
1) 웅희's pick! : 놀이도감, [두고 온 우산]
 

요즘 푹 빠져있는 음악입니다. 혼자 길을 걸으며 들으면 기분이 너무 좋아지는 곡입니다. 뮤직비디오도 같이 즐기면 더욱 맛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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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주's pick! : 실리카겔, [Kyo181 (HWI remix)]

 

얼마 전 공개한 Kyo181의 리믹스 트랙입니다. 리믹스 된 세 트랙 중 첫 번째로 수록된 HWI 님의 리믹스인데요. 압도적인 사운드와 그가 새로이 해석한 Kyo181의 선율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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