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효

by KGF posted Aug 1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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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19년 6월호
아티스트 우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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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툴더라도  혼자서 표현할 때 더 유니크해지는 것 같아 ‘

가사를 쓸 때만큼은 나 자신과 세상에 최대한 솔직하게, 그리고 간결하게 스토리나 메세지를 전하려고 노력한다

 

내년이면 21세기도 1/5이 지나가게 되는 시점에서, 혼자 멀찍이 떨어져 90년대의 아날로그적 감수성을 맘 한 켠에 담고 있는 뮤지션이 있다. 이 말만 놓고 보면 지금의 유행과 거리가 한참 멀고, 나이도 많은데다 인기마저 별로 없을 것 같지만, 실은 정반대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만들어 발표했는데 불현듯 (?) 주목을 받은 이후 발표하는 싱글마다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여성 뮤지션. 신스 팝을 비롯한 국내 인디음악판의 복고 바람을 조용하게 이끌어가고 있는 젊은 싱어 송라이터, 바로 우효다. 그녀가 얼마 전 두 번째 정규앨범을 발표하며 팬들 곁으로 돌아왔다. 힘없이 나른하면서도 감성의 여운이 짙게 스며있는 목소리. 이를 감싸는 깔끔하면서도 몽환적인 신서사이저, 드럼비트!(느낌표 띄어쓰기 붙이기)사운드의 상당부분이 전자음으로 채색되어 있지만 그 속엔 따스한 옛 감수성들로 가득하다.  21세기는 디지털시대라지만 인간은 결코 디지털이 아니라는 걸 그녀는 아주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글,인터뷰/김희준 (MMJAZZ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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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이번이 두 번째 앨범이다. 그리고 4년만의 정규반인데 상대적으로 다른 뮤지션들에 비해 발매간격이 긴 편으로 보인다. 혹시 곡을 만드는데 여러 번 다듬고 다시 고쳐 완성하는 타입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내가 구상한 음악을 어떻게 발전시킬지에 대한 생각이 확실하게 서 있으면 더 빠르게 진행되지 않을까 싶다. 나는 아직도 배우는 단계에 있기 때문에 내 스케치를 어떻게 발전시킬지에 대해 생각을 최대한 열어놓고 내가 처음 그린 그림과 다른 방향이라도 기회가 주어지면 시도해보는 편이다. 그 동안 일해온 방식은 이렇게 주어진 시간 안에 실패하면 다시 처음부터 새로운 시도를 하는 방식이었다. 

 

Q.이전작 들도 그렇고 작품 전반적으로 전자음이 사운드 편곡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아마도 이런 전자음에 대한 본인만의 의도, 혹은 선호하는 취향 같은 게 있을 거 같은데 그것에 대해 이야기 해줄 수 있을까?

 

전자사운드 위주이면서 단순한 구성을 갖는 일렉트로 팝이 미디로 혼자 스케치하기 가장 쉬운 것 같다. 혼자 구현하는 게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훌륭한 분들이 많이 계셔서 기술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일렉트로 팝은 또 나른하고 힘이 없는 보컬과도 흥미로운 조화를 이룰 수 있고, 가령 보컬이 느리고 힘이 없더라도 전체적인 조합은 활기차고 파워풀하게 연출 하는 게 어렵지 않다.

 

Q.트랙마다  프로듀서 및 편곡이 다소 달랐던 전작에 비해 이번 앨범의 경우 본인이 참여한 비율이 높은 편이다. 편곡에 대해서도 적잖이 관심이 있는 것 같은데, 직접 해보면서 느낀 두 작업의 차이점, 매력 등에 대해 이야기해준다면?

 

데뷔 때부터 곡을 만들 때 일차적인 프로듀싱까지 해왔다. 조금 서툴지만 표현할 수 있는 최대한을 혼자 해내려고 노력한다. 그러면 전혀 다른 편곡을 하게 되든 다듬고 보완하는 편곡을 하게 되든 확실한 뼈대와 ‘우효음악’의 정체성을 가진 곡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들이 많지만 그래도 내가 참여한 비율이 높을수록 더 나답고 더 유니크해지기 쉽다고 생각한다. 한편 다른 사람과 같이 작업하면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분위기의 노래가 탄생할 수 있어서 재미있고 내 노력을 충분히 존중해주고 자신의 스타일과 함께 융합시키는 아티스트들을 볼 때 감동하고 활기를 얻는다.

 

Q. 앨범 수록곡들의 가사가 누군가와의 인간관계, 또는 자아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솔직하게 쓰는 것 같다. 우효라는 사람의 현재 중요한 화두인 것 같기도 하고,  암튼 재미있다. 평소 작사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나는 내가 다른 사람이나 미디어의 영향을 생각보다 많이 받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렇게 열린 태도를 유지하고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다 보니 정작 나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은 내 안에 쌓이고, 돌보지 않은 채 방치된 나만의 필요와 갈망들이 생기는걸 느낀다. 막연히 그것들을 추구하면서도 그게 정확히 뭔지 몰라 방황하거나 다치게 된다. 그래서 가사를 쓸 때만큼은 나 자신과 세상에게 최대한 솔직하게 그리고 간결하게 스토리나 메세지를 전하려고 노력한다. 

 

Q.함께 앨범 전체를 콜라보레이션해 작업해보고 싶은 뮤지션을 꼽는다면? 국내외 상관없다. 

(개인적으로는 음악을 듣다가 선배인 윤상과 함께 콜라보레이션을 하면 멋진 그림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자연스럽고 포근하고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가진 밴드와 함께 하고 싶다. 최근에 들은 음악 중에 그런 아티스트는 이번 앨범에 참여한 Coral Pink도 있고 Vansire, Men I Trust 등이 있다. 윤상 선배님의 음악도 내가 원하는 감성과 겹치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서 정말 좋을 것 같다.

 

Q.마지막 질문! 왜 하필 테니스 스타인가?  야구 스타, 축구스타, 심지어 농구 스타 등등 여러가지 다양한 종목을 제쳐두고... (2집 수록곡 '테니스' 가사 중 "테니스 스타"에 대해)

 

테니스 스타를 꿈꾼다는 말 자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막연함, 쌩뚱맞음’이 좋다. 평소 행동이 느리고 지금은 시력마저 안 좋아서 민첩성이 여러모로 떨어지는 나한테 ‘테니스 스타’는, 내가 간절히 바라는 이상향을 이미지적으로 잘 표현해주는, 씩씩하고 귀엽고 우아한 그런 존재인 것 같다.

 


 

우효's 띵곡

 

1) Men I Trust – Nu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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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뺀 보컬과 따뜻하게 감싸는 사운드가 매력적. 눈물 날듯 슬픈 감성이 느껴지지만 순하고 귀여운 사운드적 요소들도 있고 마음에 안정을 주어 좋아합니다.

 

 

2) 우효 -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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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세지는 간단하지만 숨어있는 여러 감정들까지 느낄 수 있는 곡. 개인적으로 아무 생각 없이 기분 좋게 들을 수 있고 기운이 없을 때 힘을 내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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