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트

by KGF posted Aug 1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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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19년 7월호
아티스트 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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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와 팝 어디쯤 부유하는 조금은 귀엽고 쓸쓸한 노래'

조그만 나의 작업실은 음악적 영감과 창작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공간

 

애어른의 음악이다. 어른아이의 음악이거나. 뭔가에 토라진 듯 뾰로통한 입술에서 나오는, 뜻밖에 서걱거리는 노래랄까. 허스키한 음성, 한 획씩 붓끝으로 찍어 올리는 듯 던지는 창법. 모트의 노래는 청춘의 필연적 외로움을 묘하게 점묘한다. 인기 웹드라마 ‘에이틴’에 실린 곡 ‘도망가지마’로 모트는 조그만 스타덤을 누렸다. ‘에이틴’은 열여덟 살의 고민과 감성을 그리며 누적 조회수 1억 건을 넘겼다. 드라마 삽입 곡 하나로 뜬 반짝 가수는 아니다. 지난해 10월 낸 1집 ‘사이’로 올해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신인 후보에도 올랐다.

  포크와 팝 사이에서 부유하는 조금 귀엽고 쓸쓸한 그의 노래는 아이유, 볼빨간사춘기 말고 뭔가 다른 것을 원하는 이들 사이에서 뜨겁다. 4월 낸 신곡 ‘Roomie’에서 모트는 촉촉한 편지를 썼다. ‘겁먹지 말고/내 눈을 보며 들어와/왜 늦게 왔는지 묻진 않을 생각이야’ 마치 음악 팬들에게 띄우는 초청장 같다. 모트만의 세계로 어서 들어오라는. 모트의 방으로 들어가 봤다. 생각의 방에 모트는 가만히 앉아있었다. 

 

글 임희윤 / 사진 김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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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트라는 예명의 뜻이 궁금해요. 영어로는 Motte인데, '못해'라는 말과도 혹시 관계가 있나요?

영화 ‘해리포터’에 ‘볼드모트’라는 악당이 나오는데 이 악당은 코가 아주 낮아요. 거의 없다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근데 저도 콧대가 낮은 편이라 여기서 따온 이름이에요. 스펠링을 어떻게 해서 표기할까 고민하다가 사전을 둘러보게 됐는데, ‘mote’는 아주 작은 티끌을 뜻하더라고요. 저도 티끌 같은 존재이지만 저 단어와는 차별성을 두고 싶어서 ‘t’를 하나 더 붙이게 됐어요.

 

- 노래 가사에 공간적 배경으로 방이 많이 등장해요. 현재 모트의 주거 형태는 어떤 것인가요. 자신의 방 안에서 노래를 만드는 일이 많은지요. 그렇게 만든 곡 중에 대표적인 것은 무엇인가요? 최신 싱글 'Roomie'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나요.

주로 작업실에서 곡을 써요. 제가 사용하고 있는 작업실은 숙식이 가능해서 곡을 쓰다가 너무 피곤하면 소파베드에서 잠들기도 하고요. 할 일 없으면 꼭 작업을 하지 않더라도 작업실에 와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배웅’이라는 곡은 ‘방’이 주제는 아니지만, 작업실에서 멍 때리다가 바지 밑으로 실밥이 튀어나온 걸 보고 쓰게 된 곡이에요. 작업실이 크지 않다 보니까 생각도 많아지고,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들이 제 단어가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방’이 많이 등장하나 봅니다! ‘Roomie’는 룸메이트라는 뜻인데 밖에서 지칠 대로 지친 나의 사람이 이곳에서만큼은 겁 먹지 말고 푹 쉬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봤어요.

 

- 웹드라마 '에이틴'에 실린 '도망가지마'로 큰 조명을 받았어요. '도망가지마'는 어떻게 만든 곡인가요. 에이틴에 출연도 했는데 혹시 배우를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나요?

감독님께서 평소 제 곡을 좋아해 주셨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대본의 일부분을 받게 됐는데 글을 읽으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서툰 감정들이 떠올라 쓰게 된 곡이에요. 내 마음과 네 마음이 같다는 걸 우리 서로 알고 있는데 왜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으며 밀어내는지, 정말 제목 그대로 ‘도망’가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이 가득한 곡이라고 생각해요. 카메라도, 스텝 분들도, 구경하는 분들도 많은 곳에서 연기를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그래서 배우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표정도 다양하지 않고, 연기도 못해서 노래를 더 열심히 할래요! 하지만 가끔씩 제가 만든 곡으로 제작되는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는 일은 정말 재밌어요.

 

- 인디계의 아이돌이란 수식어가 있어요. 이런 말을 들으면 어떤 느낌이 드나요. 혹시 진짜 아이돌 가수 중에서 모트가 좋아하는 사람이나 그룹이 있다면요?

아이돌 분들은 매력도 많고, 끼도 많으신데 저는 그런 편이 아니라서 살짝 부끄럽긴 해요.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그렇게 불린다는 건 정말 기분 좋은 일인 것 같아요. 중학생 때 이홍기님에게 빠졌었어요. 음색과 웃는 표정을 좋아해요.

 

- 창법과 목소리가 인상적이에요. 이런 스타일의 가창에 혹시 영향을 준 다른 가수나 어떤 것이 있나요?

창법은 누구한테 영향을 받은 건 아니지만 제 목소리가 좀 허스키하다는 말을 들은 후로 목소리를 더 그런 식으로 내려고 했었던 때가 있었어요. 근데 목에 무리가 많이 가서 요새는 제가 편한 대로 부르려 노력하고 있어요. 저는 누구에게 얘기하듯이 노래하는 걸 좋아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위아더나잇’의 보컬 분을 정말 좋아해요.

 

- 모트가 요즘 푹 빠져있는 음악가는 누구인가요? 모트의 플레이리스트가 궁금합니다.

얼마 전에 알게 된 ‘SG Lewis’예요. 21일에 새 EP가 나왔는데 그중 ‘Throwaway’와 ‘Rest’를 정말 좋아합니다. 지금도 들으면서 답변하고 있어요!

 

 

‘고속도로’예요. 얼마 전 포항에 공연하러 갈 때 운전해 주신 분께서 하신 말씀이 너무 와 닿아서 메모장에 써두기까지 했어요. ‘피곤하진 않으시냐’는 물음에 ‘글쎄, 난 그냥 생각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거야’하고 말씀하셨던 것을요. 고속도로는 터널도 있고, 산도 보이고 하지만 어쨌든 하나로, 때로는 여러 갈래로 쭉 이어진 길이니 생각 없이 앞만 보고 나아간다는 그 말이 참 지금도 마음에 오래 머무네요.

 


 

모트's 띵곡

 

1) SG Lewis _ Throwa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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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끈적임과 일렁거림이 모두 담겨 있는 곡 같아요. 새벽에 모든 조명을 다 끄고 가만히 바닥에 누워 눈을 감고 들으면 곡 속 화자와 함께 깊은 곳으로 빠져들 것 같아요.

 

 

2) Bazzi _ M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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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요새도 듣지만 얼마 전까지 제 샤워 곡이었어요. 사랑에 빠진 사람의 감정이 가사는 물론 멜로디에까지 충분히 스며들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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