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프

by XINDIE posted Dec 0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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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22년 11월
아티스트 알레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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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음악 사이트에서 아티스트 명을 검색해보고 깜작 놀랄 때가 있다. 앨범 한 장 내는 데 몇 년씩 걸린다는 건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라는 듯, 매달 새로운 노래를 대중에 선보이는 음악가가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앨범형 음악가가 특유의 묵직함으로 대중을 설득하고 압도한다면, 싱글형 음악가들은 잊을 만하면 찾아와 새로운 이야기보따리를 푸는 친숙한 노래꾼이다.

 

싱어송라이터 알레프도 그런 부지런한 행보를 보이는 대표적인 음악가다. 2021년부터 시작된 그의 평균 한 달에 한 곡발매 주기는 2022년 연말까지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그 안에는 EP 두 장과 셀프 리메이크 앨범 한 장도 포함되었다. (심지어 인터뷰가 진행된 11월 중순과 하순 사이에는 2주 간격으로 새 싱글을 발표하기도 했다) 꾸준함과 성실을 이기는 재능은 없다는 생각이 깊어지는 요즈음, 몇 년째 큰 기복 없이 자기만의 음악을 해나가고 있는 이 음악가의 일상과 생각이 궁금해졌다. 지금도 숨 쉬듯 원 없이 새 음악을 만들고 발매해 보고 있다는, 고민과 결과물이 늘 비례하는 건 아니라는 단단한 소신에서 왜 지금의 알레프가 있는지에 대한 작은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인터뷰.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 ㅣ 사진. 지운 @hereiscloudland 편집. 오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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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부지런한 걸로 유명한 음악가에요. 올해도 여느 해와 다름없이 한 달에 한 곡 정도씩은 꼭 새 노래가 나왔는데요, 가장 마음에 든 작업과 가장 어려웠던 작업은 무엇이었나요?

 

[샤덴프로이데] 앨범이 가장 마음에 들면서도 어려웠어요. 아무래도 그 동안 발매한 앨범들과 비교했을 때 보컬의 기술적인 부분이 꽤나 필요한 곡들이 많은 앨범이었어요. 한가지 예를 들자면 앨범 속 아무도 그대를 바라지 않는,’ ‘자유,’ 그리고 지나간 날들 애써 웃음 지은,’ 같은 곡들의 경우 전반적으로 팔세토(가성)를 써야 했는데 깔끔하고 거친 느낌의 톤을 자유자재의 길이로 내기엔 썩 부담스러운 난이도였어요. 한 달에 한 번 싱글 앨범을 내며 여섯 곡을 준비하기에는 연습할 시간이 적기도 했구요. 그래도 잘 만들어진 앨범인 건 확신해요.

 

늘 즐겁게 음악작업을 하는 것 같아요. 그런 알레프에게도 슬럼프가 온 적이 있나요.

 

슬럼프는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거나 무언가 길게 풀리지 않을 때 나타내죠. 저는 곡을 쓰지 않을 때나, 만들고 나서도 내지 못하던 상황을 슬럼프라 느꼈던 것 같아요. 응당 숨 쉬듯 해야하는 행위를 하지 못하니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압박감이나 우울에 빠져 있기도 했네요. 슬럼프를 벗어나는 방법은 개인차가 있겠지만 무언가를 지속하고 싶은 욕구가 충분하다면 버텨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3년 동안은 다행히 정신없이 곡을 만드는 중이라 슬럼프를 크게 느끼지 못했어요. 큰 기복 없이 지내왔던 것 같습니다.     

 

 

곡 발매에 비해 공연은 많지 않은 편이에요. 라이브를 좋아하는 편인가요? 레코딩과 라이브 가운데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한 달 발매를 지속하기 위한 에너지를 잘 분배하기 위해 공연을 포기한 건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해요. 물론 곡 발매를 쉬고 공연을 준비할 수도 있지만, 곡을 많이 내는 것을 오랜 시간 갈망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무리해서라도 원 없이 한 번 음악을 발매해보자는 마음으로 프로듀서와 함께 의기투합해서 2년 좀 넘게 이 생활을 이어오고 있네요. 에너지 분배 상 공연을 포기했지만 레코딩과 공연 중 하나를 고르자면 지금 익숙해진 레코딩일 것 같긴 해요. 사실 제가 음악에서 행복을 느끼는 부분은 가사를 적고 적당한 음색으로 표현하는 부분이거든요. 그런 갈증이 레코딩에서 다소 해소 되다 보니 공연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는 것도 같아요. 공연의 경우 퍼포먼스, 음원과는 다른 사운드와 연주로 관객들을 설득해야하는 이벤트라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설득의 기술을 매번 새로이 배워야 하는 게 공연이다 싶어서 생각할수록 고민이 사뭇 깊어지네요.

 

작업속도가 상당히 빠른 편이죠. 곡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보통 한 곡을 만드는 데 평균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지, 어떤 식으로 작업하는 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곡마다 편차가 있지만 굳이 따지자면 곡 자체를 완성시키는 건 며칠 걸리지 않는 것 같아요. 저는 주로 기타를 연주하며 가사와 멜로디를 만들고, 그 위에 스케치를 얹는 정도의 역할을 해요. 나머지 편곡은 프로듀서에게 맡기는 편입니다. 프로듀서와 함께 상의를 거쳐가며 작곡을 하는 형태를 가져가기도 하고요. 각자의 재능과 사고 회로가 다르다 보니 일을 효율적으로 분업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곡의 전반적인 스케치를 가지고 들을만한 데모를 만들면, 그 뒤부터는 필요한 세션을 고용해 음원을 완성 시켜 최종 녹음을 하는 순서로 진행하고 있어요. 녹음이 끝나면 트랙들을 정리해 사운드 엔지니어에게 보냅니다. 그러면 믹싱/마스터링 단계를 거쳐 발매 가능한 음원이 나오게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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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좋아해서 음악 작업 외에도 단/장편 소설을 쓰기도 한다고 들었어요. 혹시 가장 최근 쓴 소설이 있다면 살짝 내용을 알려줄 수 있을까요.

 

최근 브런치에서 작가로 활동하며 소설보다는 시와 산문을 주로 적고 있습니다. 목적지는 소설이긴 하지만 예전에 쓴 것들을 읽어보니 필력을 가다듬을 필요성을 느껴 뒤로 미룬 상태구요.

https://brunch.co.kr/@studiowhitehand 에서 읽어보실 수 있답니다.

 

오래 고민하기 보다는 실행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강한데요, 혹시 오래 고민하는 버릇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해줄 조언이 있을까요?

 

아마 곡을 많이 발매 하다 보니 실행하는 이미지로 어필이 된 것 같지만 저 역시 여러 방면에서 오래 고민하는 타입인 것 같아요. 고민의 탈을 쓴 게으름인 경우도 더러 있지만요. 고민에 오랜 시간을 들인 만큼 흐지부지 되는 일들도 있고 결국 실행에 옮겨진 일들도 있어요. 하지만 오래 고민했다고 해서 결과물에 대한 보람 혹은 상징성이 더 증가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고민을 하며 실행을 위한 실질적 준비를 했다면 모르겠지만요. 적절한 고민은 필요하지만 늘어지며 스스로를 깎아내리지 않았으면 해요. 제 자신에게도 똑같이 해주는 말입니다.    

 

곡도 쓰고, 노래도 불러요. 싱어송라이터를 높이 평가하는 사람도 많지만, 그만큼 결과물의 퀄리티에 대한 압박감도 크지 않을까 싶은데요. 알레프의 경우는 어떤가요.

 

귀가 그렇게 까다롭지 않은 편이지만 소리의 대한 아쉬움은 늘 존재하는 것 같아요. 좋은 소스로 음악을 만들어도 밸런스가 무너지면 전혀 달라지거든요. 어떻게 해야 소리가 원하는 그림대로 나올지 고민하며 수정의 수정을 거듭해 나오는 음원이지만, 그걸 풀어나가는 건 매번 곡이 저에게 주는 숙제라 생각해요. 퀄리티 측면에서 말하자면 사실 곡마다 특성이 다르기에 스케치와 데모 버전의 러프함에 꽂힐 때가 있어요. 현재는 완성도 측면에 집중을 하고 있지만 귀에 잘 감기는 소리를 선호하긴 합니다. 그걸 위해서라면 퀄리티를 포기할 의향도 충분히 있어요.

 

이제 2022년도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2022년은 알레프에게 어떤 해였는지, 2023년은 어떤 해가 되길 바라고 있는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22년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꾸준히 달려온 해였어요. 올해는 다른 점이 있다면 작년에 발매한 다양한 음악적 데이터를 심화시켜 좀 더 완성도 있는 곡들을 만들고 앞으로의 음악 스타일을 정하는 해였다고 생각해요. 제 목소리가 잘 묻는 음악에 대한 답은 충분히 얻은 22년이 될 것 같습니다. 2023년은 쉼을 가지며 평소 음악 외적으로 하고 싶었던 활동을 할 것 같습니다. 꾸준히 글을 써 책을 출판한다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하면서요. 잠시 여행도 다닐 생각입니다. 앞으로의 음악을 준비하면서요. 이러한 계획 속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저와 제 주변 사람들의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한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알레프's' 덕밍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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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식물 키우는 것에 빠져 있습니다. 동물을 집에서 기르기 쉽지 않은 사람들에게 아주 알맞는 취미인 것 같아요. 올해 이사를 한 뒤 인테리어를 위해 몇몇 식물들을 데리고 온 뒤 가지게 된 취미입니다.실패를 몇 번 경험해서 딱히 재능이 있는 것 같진 않은데 그래도 잘 자라는 친구들을 보면  음악 외에 가장 뿌듯함을 느끼는 것 중 하나입니다. 식물 역시 자라기 위한 환경이 조성되어야 해서 앞으로는 최대한 강한 애들을 두려고 해요. 신경을 써야하는 식물이 집에 있으니 확실히 정신 건강에 좋은 것 같아요. 분위기도 밝아지고 공간도 아름답게 변하구요. 그리 값비싼 취미는 아니니 추천드립니다.

 

 

*'알레프's' 띵곡*

  

 

인생곡이라 꼽을 만한 곡들이 꽤나 많은 편이지만 계절을 막론하고 듣는 곡들을 추려보았습니다. 인생곡이라 부를 곡들은 아마 부담스럽지 않고 듣기 편안한 음악인 같습니다.

 

 

1. Michael Jackson – Heal the world ( https://www.youtube.com/watch?v=BWf-eARnf6U)

 

절제되고 아름다운 선율, 만인을 위한 사랑의 가사. 무인도에 곡을 가져 가야 한다면 곡을 택할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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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Jamie Cullum – Blame It On My Youth (https://www.youtube.com/watch?v=iIjJf9ucqkQ)

 

 

Jamie Cullum (Twenty Something) 앨범에 수록된 곡입니다. 앨범 자체를 추천하고 싶어 곡만 고르기 어렵네요. 종종 혼자서 흥얼거리는 멜로디를 가진 곡입니다. 많은 리메이크 버전이 있지만 제이미 컬럼이 부른 곡으로 처음 접했다보니 애정이 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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