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이삭

by XINDIE posted Apr 0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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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20년 4월호
아티스트 홍이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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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컬과 작곡 실력 모두 성장하는 한 해이길'

 

살랑살랑 조곤조곤 다가오는 그의 음성, 순정한 노랫말을 듣다 보면 옛날 편지가 떠오른다. 새하얀 원고지 위 네모 반듯한 칸 위로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정성껏 눌러쓴 편지. 싱어송라이터 홍이삭의 시각적・청각적 첫인상은 통기타 퉁기는 교회 오빠다. 2013년 제24회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서 동상과 유재하 동문회상을 받아 데뷔했다. 몇 장의 EP와 싱글을 내며 그는 담백한 어쿠스틱 팝을 터전 삼아 자신의 음악세계를 그려갔다. 때로는 거친 록의 느낌까지 담아내곤 하는데 이런 뜻밖의 스펙트럼은 그가 지난해 JTBC ‘슈퍼밴드’에 출연하며 대중에게 더 보여줄 수 있었다. 홍이삭은 이별에 관한 새 싱글을 4월 초에 내놓는다. 비로소 꽃이 피는 계절이다. 
 
인터뷰: 임희윤|사진제공: 김성훈
 

 

Q. 처음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음악을 업으로까지 삼게 된 스토리도 궁금합니다.

5살 때 교회에서 처음 노래를 불렀던 게 계기였어요. 십대에는 록 음악에심 취했었고, 기타를 치고 곡을 써서 부르는 친구의 영향을 받기도 했는데 저에게 있어 음악을 할 실질적인 명분을 찾을 수 있는 장소는 대학교였어요. 작사・작곡 동아리에 들어갔고, 전공이 없는 상태로 나름 열심히 하던 중 미래를 생각하니 막막하더라고요. 지금까지 좋아하고 집중했던 음악이 사라질까 봐 고민을 많이 했죠. 그러다 2학년 여름, 우연히 정보를 접한 버클리 오디션에 합격한 이후부터는 당연하게 음악을 하고 살았던 것 같아요.

 

Q. 한국이나 해외의 가수나 음악가 중 홍이삭의 음악을 형성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준, 또는 홍이삭이 음악을 계속해나가는 데 용기를 준 이들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대학교에서 만난 사람들도 영향이 컸죠. 비록 아마추어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다양한 사람들에 속해 살아가는 경험은 아직도 생생해요. 작곡의 방향성에 도움을 준 건 영화 ‘원스’였어요. 곡을 쓰거나 음악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서 가장 많이 배운 것 같아요. 그리고 최근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슈퍼밴드 친구들이에요. 제가 하던 음악이나 자라 온 환경과는 너무나도 다른 곳에서 음악을 한 친구들과 만나고 대화하는 것 자체가 참으로 제게 큰 영향을 끼친 것 같아요.

 

Q. JTBC ‘슈퍼밴드’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죠. 같은 경연이지만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와는 느낌이 많이달랐을 것 같은데요. 그곳에 나가서 얻은 것과 잃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는 ‘입상’이라는 한 가지 목적으로만 하면 돼서 오히려 부담감이 덜 했던 것 같아요. 슈퍼밴드는 주어진 시간 안에 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서 쉽지 않았죠. 어디든 새로운 곳에서 무언가를 한다면 남는 것은 사람들인 거 같아요. 슈퍼밴드도 그랬어요. 남는 게 결국 사람이고 노래 더라고요. 이후에 어떤 음악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고, 지금도 여전히 하고 있어요. 오래 음악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잘 하는 건지 고민 중이에요. 그러다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고 나다운 걸 하자’ 하고 마음을 먹었다가도 자기 전에 또 후회하고 아쉬워하고 그래요. 어쩌면 잃은 건 평정심(?)일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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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난해 말 낸 EP에 윤동주 시인의 시 ‘소년’에 곡을 붙였었죠. 혹시 평소에 시집 읽는 것을 즐기는지요? 좋아하는 시인, 곡을 붙여보고 싶은 시가 더 있다면 알려주세요.
시를 읽기는 하지만 즐겨 읽지는 않아요. 시는 소설과 달리 한 편 읽고 생각하다 보면 그 다음 페이지를 잘못 넘어가기도 해요. 곡을 붙여보고 싶은 시는 ‘백석’님의 시예요. 단어나 문장은 어렵긴 한데 시로 그림을 그리는 방식이 너무 매력적이더라고요.
 
Q신곡 ‘커튼(제목 미정)’은 연인과 이별을 다룬 곡인 것 같던데요. 혹시 실제 자신의 경험이 반영된 노래인가요? 재미로 묻습니다만, 실제로도 침실이나 거실에 커튼을 치고 있는 걸 좋아하나요?
어둡고 칙칙한 곳 참 좋아합니다. 정말 좋아했던 사람을 떠올리고 그때의 이별을 떠올리면서 다시 아픔을 상기시켜 보려고 했어요. 아프지만 잊고 싶지 않은 누군가를 떠올리면서 만들었습니다. 빛 속에 왜 숨어있을까 생각을 해 보다가 오래된 책이 빛에 색이 바래진 모습이 생각났어요. 추억이라는 건 흐려지잖아요.
흐려지지 않게 하고 싶고 오래 남기고 싶어서 커튼을 열지 않는 누군가의 이야기인 거죠.
 
Q. 요즘 가장 즐겨 듣거나 푹 빠져 있는, 또는 새로운 영감을 주는 음악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요즘은 솔직히 조금 헤매고 있어요. 이런저런 음악을 들으면서 저만의 음악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연구를 하고 있어요. 그리고 아무 생각을 못 할 정도로 감탄이 나오는 뮤지션들의 음악을 들으면 너무 행복하죠. 마일즈 데이비스. 빌에반스 같은 재즈 뮤지션부터 라디오헤드나 다프트 펑크 같은 시대를 앞서간 사람들의 음악들을 들으면서 반성하고 다시 저를 찾게 되네요.
 
Q. 올해, 내년에 계획하거나 목표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도전해보고픈 꿈이 있다면 무엇인지도요.
앞 일을 알 수가 없는 시기잖아요. 그냥 ‘좋은 곡을 쓸 수 있는 환경과 상황과 능력들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피아노를 잘 치고 싶어서 한 달째 레슨을 받고 있어요. 계속 연습해서 나중에는 피아노 치면서 노래를 부르는 것 정도가 올해의 소박한 목표 중에 하나예요. 음악가로서 도전하고 싶은 건 좋은 작곡가이기도 하지만 좋은 보컬리스트가 되고 싶은 것 같아요.
 
 

 

홍이삭's 띵곡
1) 홍이삭 : Let’s be frie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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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같이 홀로 있어야 하는 날에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궁금한 친구들을 생각하며…
 
 
 
 
2) Chance the Rapper : Sunday Can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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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해맑게 교회 가던 그때가 갑자기 생각나는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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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정아 2024.01.26 13:42
    이삭님 시간여행 하는것 같아요 ㅎㅎ
    이삭님 노래를 들으며 라디오헤드의 클립이 생각났어는데 역시 좋아하시는 밴드였구나~~
    여러쟝르에 다 어울리시는 대단한 뮤지션이라 생각합니다 항상 응원할께요^^
    2024년 1월 어느날 세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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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밍기뉴제제 2024.02.04 22:15
    20년 4월. 온 세계가 코로나 공포에 떨고 있을때 이삭님은 이렇게 예쁜 차림을 하고 술술 자기 얘기를 해줬군요. 몰라봐서 미안해요. 4년이나 지난 이제서 이삭님의 삶이 담긴 음악을 알아보게 되었네요.
    이제부터 시작하기로 하죠. 시간을 거슬러 그동안 해온 음악도 이야기도 열심히 찾아 보고 있어요.
    4년후 이삭님은 잘 되어있을테니, 그 다음은 함께 만들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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