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르르

by XINDIE posted Jun 1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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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23년 5월
아티스트 크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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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고 포근한 음악을

느긋하지만 강단있게

 

사랑에 빠지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첫눈에 반해 평생을 걸어 버리는 무모한 사랑이 있는가 하면 친구에서 연인으로 서로의 인생에 서서히 스며드는 진득한 인연도 있다. 밴드 크르르가 크르르라는 이름 아래 멤버 네 사람과 지금처럼 포근한 팝 사운드를 뚜렷이 자리하게 만든 건. 사랑에 비유하자면 후자에 가까운 방식이었다.

2017년 데뷔곡 '해일' 발표 후 계절에 하나씩 새 노래를 꾸준히 발표하며 조금씩 구체적으로 잡아간 밴드의 방향성도, '우리 음악으로 세상을 바꾸자'는 치기 어린 맹세 대신 서로를 이어주는 은은한 호감으로 결국 음악에 참여한 모두를 정식 멤버로 맞이하게 된 밴드의 역사도 그렇다. 느긋한 자신만의 속도가 오히려 믿음직한 크르르와 이들의 음악이 엔데믹과 함께 비로소 대중을 직접 만나기 시작했다. 첫 EP 발매. 첫 야외 음악 페스티벌 참가, 3년 만의 단독 공연 등 2023년 유독 반가운 소식이 많은 밴드와 짧은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 대중음악평론가 김윤하

사진: Jimmy C

편집: 곽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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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EP [몽상집]을 발표했어요. 그동안 싱글로만 음악을 발표해왔던 밴드에게는 나름 새로운 시도가 아니었을까 싶은데요.

'앨범을 만든다'는 건 크르르에게 어떤 의미이고 어떤 경험이었나요.

 

저희에겐 매우 큰 도전이었어요. 정해진 기간 안에 한 곡에 집중도를 높여 시간을 충분히 쓰는 게 저희 방식이었는데 EP는 상대적으로 짧은 호흡에 더 많은 곡을 담아 완성해야 했으니까요. 과정은 힘들었지만 여러 이야기들을 하나의 앨범에 담을 수 있어 재미있었고, 팀이 한 단계 성장하는 계끼가 된 것 같아요.

 

혹시 그동안 싱글로만 쭉 노래를 발표해온 이유가 있나요?

 

처음부터 팀의 방향성을 정해놓고 시작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곡마다 피드백을 받아 가면서 팀의 색깔을 다듬어 나가고 싶었어요.

또 자체 제작이니만큼 독립적이면서도 오래 유지 가능한 형태가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음원을 싱글로 발표하게 됐죠.

돌이켜보면 처음엔 불확실한 것만 잔뜩이었는데 어느새 EP도 발표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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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즈음부터는 시간을 자로 잰 것처럼 3개월마다 한 곡씩 새 노래가 나왔어요. 혹시 의식한 부분이었나요?

 

네. 새 곡을 주기적으로 꾸준히 내는 게 저희 목표였어요. 저희 팀은 곡을 구상하고 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인 데 다 끝이 정해져 있지 않으면 편곡을 계속 고민하고 물고 늘어질 것 같아 기준이 필요했어요. 몇 번의 싱글을 발표하고 나서 곡의 완성도를 위해 적당한 3개월의 흐름으로 자리 잡힌 거였어요.

 

2017년 첫 노래를 발표했으니까 벌써 활동한지 6년 여가 되었네요. 활동 기간에 비해서는 외부활동이 두르러지는 편은 아닌 것 같아요.

프로필 사진도 멤버들 실루엣을 사용하고요. 혹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특별히 의도한 건 아니었고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희가 음원 발매에 집중하다 보니 자연스레 다른 활동 없이 지나온 것 같아요.

또 단독 공연을 소화할 만큼의 곡을 만들기까지 시간이 걸린 것도, 단독 공연을 계획했을 땐 슬프게도 팬데믹이 세계를 덮쳤어요.

프로필 사진의 경우는 자신을 크게 드러내지 않는 멤버들 성격이 한몫한 것 같아요. 앞으로는 차츰 외부 활동을 늘려나갈 계획이에요.

 

네 사람이 처음 만나 밴드를 하자고 결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박민영, 박병석: 저희 멤버들은 어렸을 때부터 각자 다른 팀에서 음악 활동을 해왔던 친구 사이인데요.

언젠가 제가 하드록 밴드를 하고 싶어서 박병석 군과 계획을 세웠고 보컬로 서영준 군을 섭외하려고 작업실에 찾아갔다가 '야행' 데모를 듣고 이 친구와 팝 밴드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서영준: 하드 록 밴드를 하자고 해서 그냥 취미인 줄 알고 한다고 했다가 지금까지 같이 하고 있네요.

오래 전부터 멤버들 성격도 실력도 알고 있어서 같이 음악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어요.

 

정석원: 처음엔 개인 사정으로 녹음에만 참여했지만 음악 작업을 같이 하고 앨범을 내면서 멤버로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커져 정식으로 합류하게 되었어요.

 

크르르의 음악을 듣다 보면 다정하고 포근한 팝 음악을 강단있게 해나가는 밴드라는 생각이 들어요. 멤버들 모두 팝 음악을 좋아하나요?

가장 좋아하는 인생 뮤지션이 있다면 하나씩 알려주세요.

 

서영준: 음악은 특별히 장르를 가리지 않고 듣는 편이에요. 한 사람만 꼽으라면 조니 미첼 입니다. 그만큼의 울림을 저도 갖고 싶어요.

 

박민영: 너무 많아서 어렵네요. 근 몇 년 동안 21세기 최고의 음반은 다프트 펑크의 [Random Access Memories]라고 생각합니다. 해체 소식이 지금도 슬픕니다.

 

박병석: 어릴 때부터 팝과 록, 메탈을 주고 들었는데 중학생때 마이클 잭슨의 음악을 처음 듣고 너무 감명을 받아서 자기 전에도 이어폰을 꼽고 음악을 듣다가 그대로 잠든 적이 많습니다.

 

정석원: 저는 브릿 팝을 자주 들어요. 특히 콜드플레이를 좋아합니다. 첫 내한 때 열심히 티켓팅해서 갔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얼마 전 <뷰티플 민트 라이프>로 음악 페스티벌 무대에 처음으로 데뷔 했다고 들었어요. 우선 축하해요! 첫 페스티벌 무대에 대한 소감과 어떤 경험이었는지가 궁금해요.

 

저희 팀에겐 첫 페스티벌이자 두 번째 공연이었어요. 걱정도 기대도 많았는데 제법 괜찮게 해낸 것 같아서 만족해요.

야외 페스티벌만의 분위기, 날씨가 너무 좋았고요. 수변 무대에서 저희와 함께 즐겨준 관객 분들의 표정 잊지 못할 것 같아요. 행복했습니다.

 

곧 3년여 만의 단독 공연을 갖는다고 들었어요. 오랜만에 단독 공연을 결심하게 된 배경이나 어떤 마음으로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지 알려주세요.

 

그동안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단독 공연을 부득이하게 취소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시기를 보고 있었고 이제는 정말 괜찮겠다 싶어 바로 공연을 계획했죠. 그동안 발표한 많은 곡들을 가득 담아 들려드리려 해요. 3년 동안 기다려 주신 만큼 열심히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습니다.

얼른 공연 날이 돼서 팬들을 만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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