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해빈

by XINDIE posted Mar 0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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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21년 3월호
아티스트 성해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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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는 소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목소리에게 만약 더운 심장과 넉넉한 품이 있다면그래서 듣는 이를 꼭 껴안아줄 수 있다면…. 성해빈의 노래가 그렇다몸에 꼭 끼는 낡은 스웨터처럼 고막에 사각사각 다가와 감긴다오래된 동네의 저녁 창가에서 울려오는 것처럼 따사로운 그 음성은 어떤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언뜻 들으면 김동률이나 곽진언을 떠오르는 중저음의 포근한 음성통기타가 뼈대를 이루는 포크 팝이나 오래된 가요의 감성에 성해빈은 무던하고 수더분한 서정시 같은 노랫말을 얽어낸다.

 

  그가 근래 내놓은 2 ‘나의 모습 12월에 나왔다면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 ‘1이나 ‘올해도 우리’ 같은 노래가 읊는 서정난로 위에 앉은 주전자처럼 뭉근하게 전해지는 악곡의 온기라든가 느린 템포가 아무래도 봄의 왈츠보다는 겨울의 아랫목 쪽에 가까울 것 같아서다그래도 참 다행이다다음어쩌면 그 다음 겨울까지 이 목소리이 노래가 꽤 오래 곁에 머물 것 같아서.

 

 

인터뷰: 임희윤 ㅣ 사진빌리빈 (강영진)  ㅣ 에디터: 허소연

 

 

 


 

 

Q. 얼마 전 정규 2 '나의 모습'을 발표하셨죠? 축약해 말한다면 2집은 어떤 앨범인가요? 앨범 제목이 1 '너의 마음'과 대구를 이루는 것 같은데, 혹시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네 맞아요. 잘 봐주셨습니다. 사실 이번 2나의 모습은 어렵게 출발하지 않았습니다. 1집의 제목이너의 마음이었으니 다음 앨범에는 반대로나의 마음을 한번 담아보면 어떨까 하고 장난처럼 구상하게 된 앨범입니다. 물론 1집에도 개인적인 경험담이 제법 들어있긴 합니다만, 이따금 타인의 생각을 빌리기도 하고, 직접 소설 속 주인공이 돼보기도 했었는데요. 아무래도 2집은 작정하고 저의 이야기를 담아보고 싶었어요.

 

 

Q. 중저음의 멋진 목소리를 가졌어요. 부드러운 창법도 음성과 잘 어울립니다. 이런 목소리나 창법을 만들기 위해 갈고 닦았나요? 아니면 모두 다 그저 타고난 것인가요. 2021년의 진정한 '고막 남친'이라 부르고 싶은데, 혹시 성해빈 씨의 '고막 여친'은 누구인가요.

 

그리 말씀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부모님께서 좋은 목소리를 물려주셨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변성기를 지나던 시절, 저는 제 목소리를 참 많이도 미워했었습니다. 왜 남학생이라면 한 번쯤 고음의 록 발라드를 멋지게 완창하고 싶은 욕심이 있잖아요. 저는 저음이 발달한 만큼 고음에는 영 소질이 없었던 터라, 언제나 좋아하는 노래는 키를 낮춰 부르곤 했답니다. 현재는 이런 제 목소리에 만족하며 살고 있어요. 조심스레 고백하자면, 저의고막 여친강아솔’ 님입니다. 개인적으로 꾸밈없고 낮은 여성의 목소리에 설레는 편인데, 아솔 님의 목소리가 제게 그런 목소리랍니다.

 

 

Q.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만약 음악가가 돼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해준 일생일대의 순간이 있다면 어떤 장면일까도 궁금해요.

 

바야흐로 저의 고3 시절, 수능을 넉 달 정도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여느 고3들과 같이 저 역시 진로에 대한 고민이 깊어갈 무렵이었는데요. 목표 없이 적당히 공부하여, 적당히 성적에 맞춰 대학에 들어가, 적당히 취직하고, 그렇게 살아갈 생각을 하니 숨이 턱 막히더군요. 그래서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알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자문하고 고심하여 나름의 용단을 내렸던 걸로 기억합니다. 거창한 계기랄 것은 없지만, 적어도 음악을 하면 제가 꿈꾸는 행복에 가까워질 것 같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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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성해빈 씨의 음악을 들으면 모던 포크, 가요, 브라질 음악의 영향이 고루 느껴져요. 하는 것 말고 가장 즐겨듣는 장르는 어떤 것인가요? 가장 닮고 싶은 음악가도 궁금해요. 작사가로서, 작곡가로서, 가창자로서 만약 각각 롤 모델이나 우상이 있다면 꼽아주실 수 있을까요?

 

평소 장르 구분 없이 골고루 즐겨듣는 편입니다. 계절이나 날씨에 많은 영향을 받기도 하고요. 근래에는 조금 철 지난 가요에 빠져있습니다. ‘노영심선배님의 1집 앨범 ‘4월이 울고 있네’, ‘빛과 소금선배님들의 1집 앨범빛과 소금’. , ‘권진원선배님의 6나무앨범도 참 좋아해요. 사실 제겐 수많은 우상들이 있는데요. 굳이 꼽아야 한다면, ‘루시드 폴선배님과김동률선배님을 꼽고 싶습니다. 제가 음악적으로 욕심이 많아서 아직 해보지 않은 재즈라든지, 컨트리 같은 장르에도 도전해보고 싶은데, 두 선배님의 행보가 언제나 제게 큰 귀감이 되곤 합니다.

 

 

Q. 마치 옛 서정시처럼 순정한 노랫말들이 눈에 띄어요. , 소설, 에세이 같은 책을 많이 읽나요, 아니면 일기를 자주 쓰나요?

 

책의 어느 특정 장르만을 편애하지 않고, 그저 무언가를 읽고 쓰는 행위 자체를 즐겨 합니다. 일기는 2010년부터 현재까지 열두 권째 써오고 있어요. 무심코 길을 걷다 괜찮은 단어가 떠오르면 얼른 메모해두기도 하고, 잡지를 읽거나 예능 프로그램을 보다가도 마음이 동하면 무작정 받아 적곤 합니다. 제 일기장 뒤편에는 많은 시와 문장들이 정신없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그것들이 때로는 제게 좋은 영감을 주기도 하고요.

 

 

Q. '우유 배달부의 아침'이란 곡이 은근히 인상적이었어요. 혹시 우유 배달이나 신문 배달 같은 일을 해본 적이 있나요? 어디서 영감을 받은 곡인가요.

 

실제로 우유 배달 일을 오랫동안 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반드시 새벽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진귀한 풍경들이 있거든요. 이 일을 통해 쓰레기를 수거하는 환경미화원분들의 노고를 알게 되었고, 한결같이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사람들을 보며 스스로 채찍질하기도 했답니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면, 어김없이 멀리서 해가 고개를 내미는데, 그 시간이 되면 저는 늘 마음을 다해 기도했습니다. 오늘 하루도 무탈하게 해달라고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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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마지막 곡이 '저물어간다'예요. '서른 즈음에'처럼 이십대의 마지막을 그린 곡 같은데, 실제로 그 즈음을 지나고 있나요? 성해빈 씨의 20대는 어땠나요. 30대는 어떠하길 바라나요.

 

2021, 올해로 저는 서른이 되었습니다. 저의 20대는 온통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애써온 시간들이었어요. 돌이켜보면 함부로 누군가를 위하려고도 했고, 감히 품으려고도 했던 것 같아요. 또한, 너무 쉽게 기뻐하거나 감동을 받고, 느닷없이 싫증을 내기도 했었죠. 인내를 모르는, 전형적인 일희일비 타입이었어요. 30대를 맞이하며 바람이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소나무 같은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Q. 올해와 내년의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음악가로서, 인간으로서 장기적인 목표와 꿈도 궁금합니다.

 

올해는 큰 페스티벌부터 소규모의 공연까지, 더 다양한 무대에서 제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코로나 상황이 좋아진다면요. 언젠가 단독 공연을 가뿐히 매진시킬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선 부단히 노력해야겠지요. 인간으로서 목표는 기꺼이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미래나 과거에 얽매이는 삶이 아닌, 현재에 가치를 두는 삶을 살고 싶어요.

 

 


 

 

 

*성해빈's 덕밍아웃

 

2010년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일기를 써오고 있습니다하루하루 겪었던 일에 대해 세세히 나열하기보다는 주로 그날의 기분과 감정을 중심으로 글을 씁니다. 평소에 저는 사람들에게 제 자신을 여과 없이 드러내거나 깊은 속내를 잘 털어놓지 못하는 편인데, 일기를 쓸 때만큼은 온전히 스스로와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그렇다고 해서 아주 은밀하거나 비밀스러운 이야기는 없지만, 크고 작은 일들을 모두 일기장에 기록함으로써 오늘을 정리하고 내일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큰 도움을 얻곤 합니다. 이따금씩 그게 작사의 영감이 되기도 하고요. 저에게 '일기'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제 소중한 역사입니다. 돈으로도 환산할 수 없죠. 아직 새것 냄새가 폴폴 나는 2021년 일기장에는 과연 어떤 내용으로 가득 채워질까요?

 

 

- Instagram: @sunghaebin cl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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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해빈’s 띵곡

 

1. 루시드 폴, <어부가 (漁父歌)>

 

   마음이 빈곤했던 날, 이 곡을 듣고 거짓말처럼 마음의 풍요를 찾았습니다. 노래를 통해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배우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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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성해빈, <올해도 우리>

 

 

   2019년의 마지막 날, 보신각에서 타종을 기다리며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던 내용을 곡으로 만들었는데, 이번 2집 앨범의 두 타이틀곡 중 한 

곡이 되었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제 노래여서 소개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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